금성일식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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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2 12:52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루루를 위한 세레나데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서정시학사
두꺼운 구름 커튼을 열어제끼고 살짜기
살굿빛 태양이 수지운 얼굴을
내밀었다
구름 빛이 차차 엷어지며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나가자
살굿빛 얼굴이
진한 감빛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2012년 6월 6일,
좁쌀 만 한 점으로 나타난 금성이 태양의 흑점
사이를 뚫고
가슴 한복판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07시 9분 38초부터
13시 49분 35초까지
하늘과 땅, 온 우주가 숨을 죽이는 아!
고요하여라…
황홀하게도 슬픈
슬프게도 황홀한 세기의 만남, 그 찰라의 순간을
굵은 땀방울 뚝, 뚝,
떨어뜨리며
달궈진 태양의 몸은 활활활 타올랐다
얼마나 긴긴 기다림이었을까
이토록 짧은 만남 위해
산길 물길 들길 먼 하늘길 에돌아 105년 뒤
다시 찾아오마고
머리맡에 달랑, 쪽지 한 장 써 놓고
또다시 먼 길 떠나버린 바람둥이, 떠돌이별!
살굿빛 태양이 수지운 얼굴을
내밀었다
구름 빛이 차차 엷어지며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나가자
살굿빛 얼굴이
진한 감빛으로 한껏 달아올랐다
2012년 6월 6일,
좁쌀 만 한 점으로 나타난 금성이 태양의 흑점
사이를 뚫고
가슴 한복판을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07시 9분 38초부터
13시 49분 35초까지
하늘과 땅, 온 우주가 숨을 죽이는 아!
고요하여라…
황홀하게도 슬픈
슬프게도 황홀한 세기의 만남, 그 찰라의 순간을
굵은 땀방울 뚝, 뚝,
떨어뜨리며
달궈진 태양의 몸은 활활활 타올랐다
얼마나 긴긴 기다림이었을까
이토록 짧은 만남 위해
산길 물길 들길 먼 하늘길 에돌아 105년 뒤
다시 찾아오마고
머리맡에 달랑, 쪽지 한 장 써 놓고
또다시 먼 길 떠나버린 바람둥이, 떠돌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