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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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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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뒤

이길옥 0 424
저자 : 돌샘/이길옥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3     출판사 :
<상처 뒤>
      - 시 : 돌샘/이길옥 -

아내가 온 삭신이 욱신거린다고 한다.
반생을 훨씬 넘도록 한 이불 속에서 살 맞대고 살면서
그녀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질 줄 몰랐고
한솥밥으로 허기를 보충하면서
드리워진 그늘을 걷을 줄 몰랐던 탓이리라
한 상에 마주앉아
무관심만 집어먹으면서 눈길 걷은 탓이리라
정이 빠져 푸석푸석한 말로라도 등을 두드려주었더라면
거짓으로라도 생각하는 척
욱신거린다는 뼈마디에 갈퀴 같은 손을 얹어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공을 발라주고
빈말로라도 내게는 오직 당신뿐이라고 안심시켰더라면
감격의 눈물을 펑펑 퍼내며
감춰뒀던 통증의 심지를 꺼내 들고 서러움을 털었으리라
수심愁心의 수위를 낮추고
흔들리는 마음의 물결을 잠재웠으리라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그 쉬운 정 건네주기에 인색했던 긴 세월을
속병 눌러 참아 상처로 덧내며 살았으리라
간도 쓸개도 다 빼주고
매미 허물 같이 가벼운 껍질만 남은 생을
모진 바람막이로 삼았으리라
그런 아내가 오늘
온 삭신이 욱신거리고 쑤신다고 한다.
바탕 궂은 날이 굿판을 벌이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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