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 - 풍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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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 - 풍자문학

임영준 0 369
저자 : 임영준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1     출판사 :
완행




한때는 앞질러가는 이들이 부럽기도 했다
높은 곳에 먼저 올라 조소를 머금고
내려다보는 눈길들이 투지를 불러일으켜
급행으로 갈아탈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눌러앉아 갈지자로 훠이훠이
할 말 다하고 트집잡히지 않고
그나마 우둔한 몸으로 한 땀 한 땀
꼼꼼히 기워나갈 수 있고
원통한 종착역이 멀리 있기도 하여
차라리 잘 되었다 생각하게 되었다
구무럭거리느라 가끔은 짓밟히기도 하지만
하마터면 흘려버릴 수도 있었을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갈 수 있어 뿌듯한
이 느긋한 완행을 타게 되어 무척 다행이다





풍자문학.2012.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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