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을 들여다보다

- 창령사 오백 나한전을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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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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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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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과 속세를 넘나드는 성자의 정진에도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피할 수 없었을까

백팔번뇌가 찰나로 이어지는 이승이

천태만상 얼굴로 만들어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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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중 창령사에 모여든 오백 나한들이

세상사 부질없다 땅속에 묻히고도

윤회의 업이 깊어, 돌고 돌아서

인연 따라 나투는 데는 순간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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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깎은 얼굴도, 두 손 모은 얼굴도

보주를 든 얼굴도, 선정에 든 얼굴도

늙음도, 젊음도, 너도, 나도 다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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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생이었던가?

부정의 찡그림도

분노의 목소리도

즐거움의 탄성도

늙어 병들어 죽음의 한 가닥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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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어 끌어안은 운명의 발자국

천 년 전 석공도 바위마다 새겼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