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촌리 대롱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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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촌리 대롱옥

손우호 0 520
저자 : 손상호(우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수촌리 대롱옥 

- 6월비에 정안천이 넘치면 공주 의당 정안뜰이 물에 파묻혔다
그래 물마실 ‘수촌리’라 했다
발굴단이 들어와 널무덤 돌방무덤이 얼기설기 모여 있던 묘를 파헤쳤다
천년이 지나 땅을 떠밀고 드러낸 나신의 부절(符節), 부러진 대롱옥,
아귀가 딱 맞았다 -     

곰나루 물마실로 시집온 여자가
저승으로 남자를 보내면서 대롱옥을 분질러 머리맡에 두었다
옥돌이 부러지면서 시작된 약속,
우리 사랑과 우리 믿음만한 게 세상 어디 있겠습니까
보내기 싫은 날이 다가올수록 정안천 물은 더욱 휘돌고
저승 가는 길에 몸에 지녀야 타지 않을 외로움,
대롱옥이 부러지는 소리가 묻어갔을 터,
서방님, 정녕 강을 건너시려거든
피안의 숲 그늘에서 다시 만나
정안천 달밤에 손을 맞잡듯 대롱옥을 맞춰 볼까요

님의 머리맡에 넣어드린 절반의 옥은 나의 몸이고
내 머리 맡에 둘 절반은
당신이라 여기며 살다가 내가 데려갈 당신 몸이어요
님을 보내고 견딜 나의 일월이 만만한 건 아니어서
신고 어둠에서 얼른 걸어 나오시라,
내가 님에게 신겨 보낸 것이니 
금동신발 속 발뼈는 누구 것이긴요

천년을 더 기다려야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역사,
말 없는 유물은 달빛보다 서늘하고 소설보다 눈물겹다
그리운 것들은 모두 땅속에 있었다(*)
왕비의 사랑니(**)와 물마실의 대롱옥에
천년을 더 기다린 삼월 볕이 든다
백제가 눈이 부신지 감았던 눈을 뜬다       
금강이 여적 푸른 이유다

   
(*) 그리운 것들은 땅속에 있다(국립부여박물관, 2007년, 비매품)
(**)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왕비의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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