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적시는 명시 산책(1) 정용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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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적시는 명시 산책(1) 정용진 시인

정용진 0 2213
저자 : 정용진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마음을 적시는 명시(名詩) 산책
                        秀峯 鄭用眞 詩人

 나는 시는 언어로 그리는 영혼의 그림이요,  직관의 눈으로 바라다 본 사물의 세계를 사유의 체로 걸러서 탄생시킨 생명의 언어인 동시에 영혼의 메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세상에 천언만어(天言萬語)의 어휘들이 만리장성 같이 길고 많이 쌓인 천연 대리석가운데서 핵심적 시의 언어를 찾아내기 위하여 시인은 칼과 (정釘) 그리고 망치를 손에 들고 땀을 쏟으면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조각을 시작한다.
 내가 시를 배우고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대학시절 옛날에 과거를 시행하던 성균관 명륜당(成均館 明倫堂)에 해와 달의 두 바퀴는 하늘과 땅의 눈과 같고(日月兩輪 天地眼) 시서 만권의 책속에 선인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詩書萬卷 聖賢心)는 현판을 읽은 이후부터이다.
 시인은 좋은 시상을 얻기 위하여 깊은 사고(思考)와 오랜 번민(煩悶)을 겪은 후에야  비로써 자신이 스스로 만족하고 타인들이 공감해주는 명작을 탄생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시인과 독자의 관계는 마치 과학에서 두 개의 유리컵을 가까이 놓고 한 컵을 두드리면 옆에 맞지 않은 컵도 같이 울리는 공명(共鳴)의 원리와 같은 것이다. 나는 이제 많은 독자들에게 감명을 준 시인들의 명작(詩)을 여러분들과 함께 산책하려 한다.


제1부


해(海)에게서소년(少年)에게  &nbsp;최남선&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1 &nbsp;&nbsp;&nbsp;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nbsp;
&nbsp;2&nbsp;&nbsp;&nbsp;&nbsp;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nbsp;없어,
육상에서, 아무런, 힘과 권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서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nbsp;
&nbsp;3 &nbsp;&nbsp;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없거든, 통기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누구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nbsp;
&nbsp;4 &nbsp;&nbsp;&nbsp;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山)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그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nbsp;
&nbsp;5 &nbsp;&nbsp;&nbsp;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nbsp;
&nbsp;6 &nbsp;&nbsp;&nbsp;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정한 소년배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콱.


매화  정인보

쇠인냔 엇센등걸 암향부동(暗香不動) 어인 곧고
봄바람 분분한데 봄소식을 외어가져
어즈버 지사고심(志士高心)을 비겨볼가 하노라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놓인 그 꽃을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산유화  김소월산에는 꽃 피네꽃이 피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피네산에산에 피는 꽃은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산에는 꽃이 지네꽃이 지네갈 봄 여름 없이꽃이 지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꽃이 좋아산에서사노라

초혼(招魂)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nbsp;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山)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nbsp;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오감도 시 제 1호  이상

13인의 兒孩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 막다른 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5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11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 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오우가五友歌&nbsp;&nbsp;&nbsp;&nbsp;&nbsp; 고산 孤山 &nbsp;윤선도 尹善道 &nbsp;&nbsp;&nbsp;&nbsp;&nbsp;&nbsp;&nbsp;&nbsp;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더하여 무엇하리
&nbsp;
수(水)
구름빛이 좋다하나 검기를 자로한다
바람소리 맑다하나 그칠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출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nbsp;
석(石)
꽃은 무슨일로 퓌면서 쉬이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는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뿐인가 하노라
&nbsp;
송(松)
뎌우면 꽃 퓌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댜
구천에 뿌리 곧은줄 그로하여 아노라
&nbsp;
죽(竹)
나모도 아닌거시 풀도 아닌거시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이비였는댜
뎌러코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nbsp;
월(月)
작은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의 광월이 너만한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어부사시가(漁父詞時歌)  孤山 尹善道

춘사(春詞)압개예 안개 것고 뒫뫼희 해 비췬다배떠라 배떠라밤믈은 거의 디고 낟믈이 미러온다지국총 지국총 어사와강촌(江村) 온갓 고지 먼 비치 더옥 됴타날이 덥도다 믈 우희 고기 떳다닫드러라 닫드러라갈며기 둘식세식 오락가락 하느고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낫대는 쥐여잇다 탁쥬ㅅ병(濁 甁) 시럿나냐동풍(東風)이 건듣 부니 믉결이 고이 닌다돋다라라 돋다라라동호(東胡)를 도라보며 셔호(西湖)로 가쟈스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압뫼히 디나가고 뒷뫼히 나아온다우는 거시 벅구기가 프른 거시 버들숩가이어라 이어라어촌(漁村) 두어 집이 냇속의 나락들락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말가한 기픈 소희 온갇 고기 뒤노나다고운 볃티 쬐얀는듸 믉결이 기름갓다이어라 이어라그믈을 주어듀라 낙시를 노흘일가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탁영가(濯영歌)의 흥(興)이 나니 고기도 니즐로다셕양(夕陽)이 빗겨시니 그만하야 도라가쟈돋디여라 돋디여라안류(岸柳) 뎡화( 化)는 고비고비 새롭고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삼공(三公)을 불리소냐 만사(萬事)를 생각하랴방초(防草)를 발와 보며 난지(蘭芷)도 뜨더보쟈배셰여라 배셰여라일엽편주(一葉片舟)에 시른 거시 므스것고지국총 지국총 어사와갈 제는 바뿐이오 올 제는 달이로다취(醉)하야 누얻다가 여흘 아래 나리려다배매여라 배매여라락홍(落紅)이 흘러오니 도원(桃源)이 갓갑도다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인세홍딘(人世紅 )이 언메나 가렷나니낙시줄 거더노코 봉창( 窓) 이 달을 보쟈닫디여라 닫디여라하마 밤들거냐 쟈규(子規)소리 말게 난다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나믄 흥(興)이 무궁(無窮)하니 갈 길흘 니젓땃다내일(來日)이 또 업스랴 봄밤이 몃덛새리배브텨라 배브텨라낫대로 막대삼고 시비(柴扉)를 차자보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어부 생애(漁父生涯)는 이렁구리 디낼로다

하사(夏詞)구즌 비 머저가고 시낻물이 맑아 온다배떠라 배떠라낫대를 두러 메니 기픈 흥(興)을 금(禁) 못 할되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연강덥쟝(沿江 &nbsp;)은 뉘라셔 그려낸고년닙희 밥 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닫드러라 닫드러라청약립(靑蒻笠)은 써잇노라 녹사의(綠蓑依) 가져오냐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무심(無心)한 백구(白駒)는 내 좃는가 제 좃는가마람 닙희 바람나니 봉창( 窓)이 서늘코야돋다다라 돋다다라녀름바람 뎡할소냐 가는 대로 배시켜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븍포 남강(北浦南江) 이 어디 아니 됴흘러니믉결이 흐리거든 발을 싯다 엇더하리이어라 이어라오강(吳江)의 가쟈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플로다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초강(楚江)의 가쟈 하니 어복튱혼(漁腹 混) 낟글셰라만류록음(萬柳綠陰) 어릔 고대 일편태긔(一便苔磯) 긔특(奇特)하다이어라 이어라다리예 다 닫가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믈마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학발로옹(鶴髮老翁) 만나거든 뢰택양거(雷澤讓居) 효측(效側)하쟈긴 날이 져므는 줄 흥(興)의 미쳐 모르도다돋디여라 돋디여라뱃대를 두드리고 슈됴가(水 歌)를 블러 보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애내 셩듕에 만고심(萬古心)을 긔 뉘알고석양(夕陽)이 됴타마는 황혼(黃昏)이 갓깁거다배셰여라 배셰여라바회 우희에 구븐 길 솔 아래 빗겨 잇다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벽슈앵셩(碧樹鶯聲)이 곧곧이 들리나다몰괘 우희 그믈 널고 둠 미틔 누어 쉬쟈배매어라 배매어라모괴를 뮙다 하랴 창승(蒼蠅)과 엇더하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드르려다밤 사이 풍낭(風浪)을 미리 어이 짐쟉하리닫디여라 닫디여라야도횡쥬(夜渡橫舟)도 진실로 어엳브다와실(蝸室)을 바라보니 백운(白雲)이 둘러잇다배븟텨라 배븟텨라부들부체 가라 쥐고 셕경(石逕)으로 올라가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거시 구실이라

추사(秋詞)물외(物外)예 조흔 일이 어부 생애(漁夫生涯) 아니러냐배떠라 배떠라어옹(漁翁)을 욷디 마라 그림마다 그렷더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사시흥(四時興)이 한가지나 츄강(秋江)이 읃듬이라슈국(水國)의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 읻다닫드러라 닫드러라만경딩파(萬頃 波)의 슬카지 용여(容與)하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인간(人間)을 도랴보니 머도록 더옥 됴타백운(白雲)이 니러나고 나모 긋티 흐느긴다돋다라라 돋다라라밀믈의 셔호(西湖)ㅣ 오 혈믈의 동호(洞湖)가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백빈홍료(白 紅蓼)는 곳마다 경(景)이로다그러기 떳는 박싀 못 보던 뫼 뵈느고야이어라 이어라낙시질도 하려니와 취(趣)한 거시 이 흥(興)이라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셕양(夕陽)이 바애니 쳔산(天山)이 금슈(金繡)ㅣ 로다은슌옥쳑(銀脣玉尺)이 몃치나 걸럿나니이어라 이어라로화(蘆花)의 블부러 갈해야 구어 노코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딜병을 거후리혀 박구기예 브어 다고녑바람이 고이 부니 다론 돋긔 도라와다돋디여라 돋디여라명색(瞑色)은 나아오대 쳥흥(淸興)은 머러 읻다지국총 지국총 어사와홍슈(紅樹) 쳥강(淸江)이 슬믜디도 아니한다흰 이슬 빋견는데 발근 달 도다온다배셰여라 배셰여라봉황루(鳳凰樓) 묘연(杳然)하니 쳥광(淸光)을 눌을 줄고지국총 지국총 어사와옥토(玉 )의 띤는 약(藥)을 호객(豪客)을 먹이고쟈건곤(乾坤)이 제곰인가 이거시 어드메오배매여라 배매여라셔풍딘(西風 ) 몯미츠니 부체하야 머엇하리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드론 말이 업서시니 귀시서 머엇하리옷 우희 서리오대 치운 줄을 모를로다닫디여라 닫디여라됴션( 船)이 좁다 하나 부셰(浮說)와 얻더하니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내일도 이리 하고 모뢰도 이리 하쟈숑간셕실(松間石室)의 가 효월(曉月)을 보쟈 하니배브텨라 배브텨라공산락엽(空山落葉)의 길흘 엇디 아라볼고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백운(白雲)이 좃차오니 녀라의(女蘿依) 므겁고야

동사(冬飼)구룸 거둔 후의 핻빋치 두텁거다
배떠라 배떠라
텬디폐색(天地閉塞) 호대 바다흔 의구(依舊)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가업슨 믉결이 깁편 닷 하여잇다주대 다사리고 뱃밥을 박앋나냐
닫드러라 닫드러라
쇼샹(瀟湘) 동뎡(洞 )은 그믈이 언다 하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이때예 어됴(漁 )하기 이만한 듸 업도다여튼 갣 고기들히 먼 소해 다 갇나니
돋다라라 돋다라라
져근덛 날 됴흔 제 바탕의 나가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밋기 곧다오면 굴근 고기 믄다 한다간밤의 눈갠 후(後)에 경물(景物)이 달랃고야
이어라 이어라
압희는 만경유리(萬頃琉璃) 뒤희는 천텹옥산(天疊玉山)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션계(仙界)ㄴ가 불계(佛界)ㄴ가 인간(人間)이 아니로다그믈 낙시 니저 두고 뱃젼을 두드린다
이어라 이어라
압개를 건너고쟈 멷 번이나 혜여본고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단(無端)한 된바람이 행혀 아니 부러올까
돋디여라 돋디여라
압길히 어두우니 모셜(暮雪)이 자자뎓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아압디(鵝鴨池)를 뉘텨서 초목참(草木斬)을 싣돋던고단애취벽(丹崖翠壁)이 화병(畵屛) 갇티 둘럿는듸
배셰여라 배셰여라
거구셰린(巨口細鱗)을 낟그나 몬 낟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고주사립(孤舟蓑笠)에 흥(興)계워 안잣노라믉가의 외로운 솔 혼자 어이 싁싁한고
배매여라 배매여라
머흔 구룸 한(恨)티 마라 셰샹(世上)을 가리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파랑셩(波浪聲)을 염(厭)티 마라 딘훤( 暄)을 막는또다챵쥬오도(滄州吾道)를 녜브터 닐런더라
닫디여라 닫디여라칠리(七里) 여흘 양피(羊皮) 옷슨 긔 얻더 하니런고
직구총 지국총 어사와
삼쳔뉵백(三千六白) 낙시질은 손 고븐 제 엇더턴고이와 져므러간다 연식(宴息)이 맏당토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가는 눈 쁘린 길 블근 곳 흣터딘 듸 흥치며 거러가셔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셜월(雪月)이 셔봉(西峰)의 넘도록 숑창(松窓)을 비겨 잇쟈
 
 연대 : 조선 효종 때

  육사 시인은 본관은 진성(眞城). 경상북도 안동 출신. 본명은
이원록(李源綠) 또는 이원삼(李源三). 원삼은 주로 가정에서만 불
렀다고 한다. 개명은 이활(李活), 자는 태경(台卿). 아호 육사(陸史)는 대구형무소 수감번호 ‘이육사(二六四)’에서 취음한 것이다.

청포도(靑葡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nbsp;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nbsp;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nbsp;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nbsp;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사랑하는 우리 오빠 어저께 그만 그렇게 위하시던 오빠의 거북 무
늬 질화로가 깨어졌어요.
언제나 오빠가 우리들의 `피오닐' 조그만 기수라 부르는 영남(永南)
이가
지구에 해가 비친 하루의 모―든 시간을 담배의 독기 속에다
어린 몸을 잠그고 사온 그 거북 무늬 화로가 깨어졌어요.
&nbsp;
그리하여 지금은 화(火)젓가락만이 불쌍한 영남(永男)이하구 저하
고처럼
똑 우리 사랑하는 오빠를 잃은 남매와 같이 외롭게 벽에 가 나란
히 걸렸어요.
&nbsp;
오빠 ……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왜 ―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신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궐련[卷煙]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았어요 오빠.
&nbsp;
언제나 철없는 제가 오빠가 공장에서 돌아와서 고단한 저녁을 잡
수실 때 오빠 몸에서 신문지 냄새가 난다고 하면
오빠는 파란 얼굴에 피곤한 웃음을 웃으시며
네 몸에선 누에 똥내가 나지 않니―하시던 세상에 위대하고 용감
한 우리 오빠가 왜 그날만
말 한 마디 없이 담배 연기로 방 속을 메워 버리시는 우리 우리
용감한 오빠의 마음을 저는 잘 알았어요.
천정을 향하여 기어올라가던 외줄기 담배 연기 속에서―오빠의 강철 가슴 속에 박힌 위대한 결정과 성스러운 각오를 저는 분명히
보았어요.
그리하여 제가 영남(永男)이의 버선 하나도 채 못 기웠을 동안에
문지방을 때리는 쇳소리 마루를 밟는 거칠은 구두 소리와 함께―
가 버리지 않으셨어요.
&nbsp;그러면서도 사랑하는 우리 위대한 오빠는 불쌍한 저의 남매의 근
심을 담배 연기에 싸 두고 가지 않으셨어요.
오빠 - 그래서 저도 영남(永男)이도
오빠와 또 가장 위대한 용감한 오빠 친구들의 이야기가 세상을 뒤
집을 때
저는 제사기(製絲機)를 떠나서 백 장에 일 전짜리 봉통(封筒)에 손
톱을 부러뜨리고
영남(永男)이도 담배 냄새 구렁을 내쫓겨 봉통(封筒) 꽁무니를 뭅
니다.
지금―만국지도 같은 누더기 밑에서 코를 고을고 있습니다.
&nbsp;
오빠―그러나 염려는 마세요.
저는 용감한 이 나라 청년인 우리 오빠와 핏줄을 같이 한 계집애이고
영남(永男)이도 오빠도 늘 칭찬하던 쇠같은 거북무늬 화로를 사온
오빠의 동생이 아니예요.
그리고 참 오빠 아까 그 젊은 나머지 오빠의 친구들이 왔다 갔습니다.
눈물 나는 우리 오빠 동무의 소식을 전해 주고 갔어요.
사랑스런 용감한 청년들이었습니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청년들이었습니다.
&nbsp;
화로는 깨어져도 화(火)젓갈은 깃대처럼 남지 않았어요.
우리 오빠는 가셨어도 귀여운 `피오닐' 영남(永男)이가 있고
그리고 모든 어린 `피오닐'의 따뜻한 누이 품 제 가슴이 아직도 더
웁습니다.
&nbsp;
그리고 오빠……
저뿐이 사랑하는 오빠를 잃고 영남(永男)이뿐이 굳세인 형님을 보
낸 것이겠습니까.
섧지도 않고 외롭지도 않습니다.
세상에 고마운 청년 오빠의 무수한 위대한 친구가 있고 오빠와 형
님을 잃은 수없는 계집아이와 동생
저희들의 귀한 동무가 있습니다.
&nbsp;
그리하여 이 다음 일은 지금 섭섭한 분한 사건을 안고 있는 우리
동무 손에서 싸워질 것입니다.
&nbsp;
오빠 오늘 밤을 새워 이만 장을 붙이면 사흘 뒤엔 새 솜옷이 오빠
의 떨리는 몸에 입혀질 것입니다.
&nbsp;
이렇게 세상의 누이동생과 아우는 건강히 오늘 날마다를 싸움에서

보냅니다.
&nbsp;
영남(永男)이는 여태 잡니다 밤이 늦었어요.― 누이동생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는 서정(抒情)시의 대가다.
우리 한국인들은 그의 서정시를 읽고 시의 진수를 찾았다. 마음이 착해 왜정시대 일본을 거든 것이 친일의 낙인으로 남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의 시를 버릴 수는 없다. 민족의 서정이 그의 시 속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국화 옆에서&nbsp;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내 꽃잎이 피려고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자연은 시상(詩想)의 보고요, 시제(詩題)의 원천이며. 시심(詩心)의 곳간이다.
그러므로 시인들은 자연을 보고 시상을 얻고 시제를 발견하며, 시심을 살찌운다. 그 대표적 예가 꽃이다. 명시 김춘수의 꽃을 비롯하여 여기에 올린 여러 시인들의 시 속에서 순수무잡(純粹無雜)한 자연의 세계를 발견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으시기 바란다.

달, 포도, 잎사귀,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古風)한 뜰에달빛이 조수처럼 밀려왔구나!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동해 바다 물처럼푸른 가을밤.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순이, 포도 넝쿨 아래 어린 잎새들이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시건설} 창간호, 1936.12)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단 줄을 안 그는.
행 &nbsp;복  유치환
&nbsp;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생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장미와 가시    김 승 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서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가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nbsp;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nbsp;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동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이형기 시인의 낙화는 자연의 풍광을 통하여 인간관계를 세심히 관찰하고 남녀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절창으로 많은 젊은 남녀들의 사랑을 받은 명시다.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청록파(靑鹿派)는 1940년대 초 잡지 <<문장지>>의 추천으로 시단에 등장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시인 세 명을 말한다.
같은 시기에 《문장》지의 추천으로 시단에 등장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은 우연히 공통적인 시풍(詩風)을 가졌는바, 자연을 바탕으로 그 표현이 전통적인 율감에 의거하여 이룩되었다는 데서 자연파 또는 청록파로 불리는 특징 있는 시파를 이루었다.

승무(僧舞)&nbsp;&nbsp;&nbsp;&nbsp;-조지훈(趙芝薰: 1920-1968)-
&nbsp;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nbsp;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우고
&nbsp;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nbsp;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닢 잎 새마다 달이 지는데,
&nbsp;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nbsp;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우고,
&nbsp;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nbsp;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nbsp;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밖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저허하노니꽃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 새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nbsp;솟아라.
&nbsp;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싫여...
&nbsp;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nbsp;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nbs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에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청노루 &nbsp;  박목월머언 산 청운사(靑雲寺)낡은 기와집,산은 자하산(紫霞山)봄눈 녹으면,느름나무속ㅅ잎 피어 가는 열 두 구비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나그네    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강아지풀    박용래남은 아지랑이가 홀홀 타오르는어느 역 구내 모퉁이어메는 노오란 아베도 노란 화물에 실려 온나도사 오요요 강아지풀.목마른 침묵은 싫어삐걱 삐걱 여닫는 바람 소리 싫어반딧불 뿌리는 동네로 다시 이사 간다.다 두고 이슬 단지만 들고 간다.땅 밑에서 옛 상여소리 들리어라.녹물이 든 오요요 강아지풀.    임께서 부르시면  신석정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그렇게 가오리다임께서 부르시면......포곤히 풀린 봄 하늘 아래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그렇게 가오리다임께서 부르시면......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그렇게 가오리다임께서 부르시면.......        <주> "동광" 24호(1931.8)

사슴    노천 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산을 쳐다본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金顯承)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파초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릿맡에 있게 하마
나는 너를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려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내 마음은    김 동 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조광』3권6호 (1937.6)

성북동의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하늘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성북동 하늘을 한바퀴 휘 돈다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산一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금방 따낸 돌 온기를 입에 닦는다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사람 가까이사람과 같이 사랑하고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그리움    전혜린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님의 침묵(沈默)    한용운(韓龍雲)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항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막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식물이나 양식이 시의 주제가 되거나 제재가 되는 경우도 많다.
의식주는 인간 생존의 기본 요소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래 시를 감상해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 질 것이다.


행복    유치환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생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네라

탑- 3  이영도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피아노    전봉건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끊임없이열 마리씩스무 마리씩신선한 물고기가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쏟아진다.나는 바다로 가서가장 신나게 시퍼런과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江)을 처음 보것네.

기도    구상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새    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바람의 여울터에서나속삭이듯 서걱이는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두 놈이 부리를서로의 죽지에 파묻고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2 
새는 울어뜻을 만들지 않고,지어서 교태로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매양 쏘는 것은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1918 - 1994) 「

가고파 &nbsp;  이은상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이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nbsp;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nbsp;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nbsp;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 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nbsp;
물 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달음질하고
물 들면 뱃장에 누워 별 헤다 잠들었지
세상 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nbsp;
여기 물어 보고 저기 가 알아 보나
내 몫엔 즐거움은 아무데도 없는 것을
두고 온 내 보금자리에 가 안기자 가 안겨.
&nbsp;
처자들 어미 되고 동자들 아비 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와라 아까와.
&nbsp;
일하여 시름 없고 단잠들어 죄 없는 몸이
그 바다 물소리를 밤낮에 듣는구나
벗들아 너희는 복된 자다 부러워라 부러워.
&nbsp;
옛 동무 노젖는 배에 얻어 올라 치를 잡고
한바다 물을 따라 나명들명 살까이나
맛잡고 그물 던지며 노래하자 노래해
&nbsp;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니아 깨끗이도 깨끗이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신골짜기 돌 틈으로샘물이 혼자서웃으며 간다.험한 산길 꽃 사이로하늘은 맑은데즐거운 그 소리산과 들에 울리운다.

청자부(靑瓷賦)  월탄 박종화

선(線)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을러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사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 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벼개, 흙이면서 옥이더라. 구름 무늬, 물결 무늬, 구슬 무늬, 칠보 무늬, 꽃 무늬, 백학(白鶴)무늬, 보상화문(寶相華文), 불타(佛陀) 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더라.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

모란이 피기 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묵화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보리피리  한하운보리피리 불며봄 언덕고향 그리워필 - 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꽃 靑山어린 때 그리워피 - 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인환의 거리人間事 그리워피 - ㄹ 닐니리.보리피리 불며방랑의 기산하(幾山河)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 - ㄹ 닐니리.
어머니    황금찬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네게 일러 주는 말을 잊지 말고 자라나거라. 네 음성은 언제나 물소리를 닮아라. 허공을 나는 새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라. 칼이나 창을 가까이 하지 말고 욕심도 멀리 하라. 꽃이나 풀은 서로 미워하지 않고 한 자리에 열리는 예지의 포도나무 강물은 멎지 않고 흐르면서 따라 오라 따라 오라고 한다. 하늘을 바라보며 강물같이 흘러 바다처럼 살아라. 포도송이에 별이 숨듯… 바닷속에 떠 있는 섬같이 살아라 하셨다. 어머님이-

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뉘 부르는 소리 있어발을 멈춘다옛 생각이 외로워휘파람 불며고운노래 귓전에 들려온다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접시꽃 당신&nbsp;      도종환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nbsp;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nbsp;낙엽이 지고 찬 바람이 부는 때까지&nbsp;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nbsp;참으로 짧습니다&nbsp;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nbsp;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nbsp;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nbsp;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nbsp;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nbsp;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nbsp;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nbsp;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nbsp;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섬진강 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쌀밥 같은 토끼풀꽃,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어둠을 끌어다 죽이며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일어서서 껄껄 웃으며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고갯짓을 바라보며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풍장(風葬) 1    황동규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섭섭하지 않게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손목에 달아놓고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군산에 가서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통통배에 옮겨 실어다오.가방 속에 다리 오그리고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선유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잠시 정신을 잃고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무인도의 늦가을 차거운 햇빛 속에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손목시계 부서질 때남몰래 시간을 떨어뜨리고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튀기는 씨들을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살을 말리게 해다오.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바람 속에 빛나게 해다오.바람을 이불처럼 덮고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바람과 놀게 해다오.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이장희(1900-1929)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그 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nbsp;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국토서시(國土序詩)&nbsp; &nbsp; 조태일
&nbsp;

발바닥이 다 닳아 새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nbsp;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nbsp;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 밖에 없는 일이다.
&nbsp;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nbsp;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피와 다 닳아진 살결과
허연 뼈까지를 통째로 보탤 일이다



그 날이 오면    심훈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nbsp;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첫날밤    오상순
&nbsp;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華燭洞房)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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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인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nbsp;
아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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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의 성모 현빈(玄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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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여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침침히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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