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면 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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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죽는다고

봄에 0 435
저자 : 강민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비우면 죽는다고 / 강민경?               


길바닥에서
무심히 밟힌 빈 깡통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를 낸다

다 비웠는데
배알도 비우고 값도 비우고 마음마저 게워
자존심도 다 버렸는데
비우면 편하다고 하시더니
왜 이러십니까?

늙은 노숙자
Stop 사인에서 가슴에
‘Please help me, I need quarter’라는
표지를 붙이고 빈손을 내민다

맞아
어차피 용광로에 들어가 재생하려면
불순물은 제거되어야 한다며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수없이 짓밟히는 찌그러진 깡통
덕에 비었다는 신세는 면했지만, 납작 엎드려
죽은 깡통이 되었다

Quarter* 대신에
오전 짜리 찌그러진 깡통을 주어 들고
환전소를 찾아 자리를 뜨는 노숙자 쓸쓸한 등 뒤로
자동차 기적 소리 요란하다

*quarter : 미화 1/4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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