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운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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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운전하다

뜨라레 0 505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06     출판사 :
운명을 운전하다 / 강희창


그러니까 기로에서 한 쪽을 택한 사내는 비장하게
안개벽에 터널을 내듯이 몰아가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질주 속에 끼어드는 어리석음
요절한 가수의 음울한 노래와 앰뷸런스의 비명이 섞이고
선그라스에 굳은 표정을 숨겨 보지만 전부는 아니다

핸들 가속페달 아스팔트, 모두 죽은 것들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유턴 없는 편도 하행선
그를 지나쳐간 죽은 시간은 백미러로 들어가고
산 시간은 목젖을 드러낸 채 앞에서 달려든다
언뜻 이 질주는 시간과 시간의 부딪침처럼

누구나 빨아들일 블랙홀이 지천으로 깔려있어
속도계가 가늠해대는 촉박한 생과 사
그렇다 죽음의 지침은 그림자같이 따라붙는다
어느덧 안도의 햇빛이 비처럼 쏟아지지만
사내의 그림자는 아까 보다 더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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