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휑하다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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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3 16:30
저자 : 강민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마음이 휑하다/강민경
열어 놓은 베란다 문으로
낯익은 새 한 마리
머뭇머뭇 방 안으로 들어온다
작은 머리통 갸웃갸웃
구술 알 같은 눈 떼굴떼굴
걸음은 젊은 새아씨 치맛자락처럼 가뿐 거리고
부리는 쉴새 없이 먹이를 겨누고 콕콕 쫀다
오랜만에
외식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초겨울, 맑은 바깥이 외로웠을까
볕 좋고 바람 살랑거리는 오늘 같은 날
너 같은 나그네 맞아들여 대접하는 일
나라고 싫겠냐? 마는 어차피 동거할 일이 아니라면
풋풋한 인심도, 친절함도 바닥이 났다고
종잇장 흔들며 손사래 쳤더니
신발에 묻은 먼지 털어내듯 푸드덕 날며
깃털 하나 남기고 달아난다
너 떠난 방안이
내 마음이
서리 맞은 가을 들판처럼 휑하다.
열어 놓은 베란다 문으로
낯익은 새 한 마리
머뭇머뭇 방 안으로 들어온다
작은 머리통 갸웃갸웃
구술 알 같은 눈 떼굴떼굴
걸음은 젊은 새아씨 치맛자락처럼 가뿐 거리고
부리는 쉴새 없이 먹이를 겨누고 콕콕 쫀다
오랜만에
외식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초겨울, 맑은 바깥이 외로웠을까
볕 좋고 바람 살랑거리는 오늘 같은 날
너 같은 나그네 맞아들여 대접하는 일
나라고 싫겠냐? 마는 어차피 동거할 일이 아니라면
풋풋한 인심도, 친절함도 바닥이 났다고
종잇장 흔들며 손사래 쳤더니
신발에 묻은 먼지 털어내듯 푸드덕 날며
깃털 하나 남기고 달아난다
너 떠난 방안이
내 마음이
서리 맞은 가을 들판처럼 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