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 고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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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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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 고궁

이향아 0 406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시문학사
그 가을 고궁/이향아



경복궁이었는지, 비원이었는지, 가을이었다 
좁은 어깨가 둥글게 흘러내려 저고리 앞섶이랑 동정이랑 도련이 잘 맞는, 
긴 치맛단에 얼핏얼핏 스치는 비단신 색깔이 부신,       
그날 고궁에 온 외국인들이 어머니를 겨냥해 셔터를 누르고
그렇게 하나 둘 모이더니 비잉 둘러싸고 
잔잔한 미소를 띤 어머니가 둘러선 그들을 둘러보았다 
주저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어색해하지도 않는 
그렇다고 설치거나 뽐내거나 허둥대지도 않는 
조촐한 한국 여인, 한국 어른, 한국의 기품
그 우아함으로
그러다가 참말로 깜짝 놀랐다
‘워 띵호?’
옆에 있는 중국여자가 중국여자인 줄을 벌써 알아차린 어머니가 
나 좋으냐? 어떠냐를 애교 있게 물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빛나는 별처럼 만장 가운데 서고
나는 누가 묻지 않건만 우리 어머니예요, 우리 어머니예요 자랑하고도 싶고 
내가 딸입니다, 내가 딸입니다 큰소리로 외치고도 싶었지만     
까닭 없이 입이 말라 어머니의 등 뒤에서 바장이었다       
동양사람 서양사람 가리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서
한국의 아름다움 우리 어머니를 찬양하는데   
우리 어머니를 사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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