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카락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흰 머리카락

이향아 0 394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시문학사
흰 머리카락/이향아


젊었을 적부터 가녀리던 어머니
나리꽃 같은 어머니를 닮고 싶은데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아니었다       
내 속은 내가 안다, 원래부터 냉하게 타고 났단다   
체했는가 싶으면 몇 끼니씩 굶으면서     
내 병은 내가 안다, 굶는 것이 약이란다
흐르는 달빛처럼 잔잔하던 어머니 
어머니를 닮지 않은 것이 불만이었다

모가지가 길어서 얼굴도 길어 고개를 한쪽으로 비스듬히 눕힌
우수에 가득 찬 모딜리아니의 여자처럼 
근심 한 가지는 거느려야 안심이던 어머니
소설 속 주인공 같던 어머니의 슬픔
그 슬픔까지도 닮고 싶었다

환갑까지 살다니 믿을 수가 없다 했고
칠순에는 칠순이 부끄러웠고
팔순에는 말하기도 징그럽다더니
구십에는 아예 입을 봉하고 
허공에 빈손만 흔들던 어머니 
어느 날부터 어머니는 백발을 백발대로 나부끼게 두었다 
흉한 꼴 남의 눈에 뵈고 싶지 않아서
평생을 털고 불고 다듬던 어머니가 
어찌할까 그 끈을 놓기 시작하다니 
하얀 머리카락
순백의 포기
어머니의 무심 억울한 항복을
무너지는 가슴으로 짐작하였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