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몇 시냐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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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3 20:36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시문학사
지금이 몇 시냐/이향아
어머니는 자꾸만 물으신다 지금 몇 시냐, 나 올해 몇 살이냐
장광 옆 채송화가 고개를 떨군 후 분꽃이 목을 빼어 나팔을 부는 시간,
흙 수렁을 건너온 연꽃 향내가 그중 거룩한 산의 능선을 모셔다가
묵념을 하는 시간입니다, 어머니
타다가 가라앉은 노을을 가로질러 새들은 오래된 숲으로 돌아오고
풀벌레들도 풀벌레라 울기 위해서 마음 놓고 엎드려 이슬을 모으는
‘어머니 이렇게 너그러운 시간입니다’
어둠으로 질컥대던 막다른 길에서 나도 물었다
어리석음 부풀어 풍선처럼 떠오를 때 나도 내게 다그쳤다
지금이 몇 시냐, 여기가 어디냐고,
되돌아 짚어보면 그 아픈 질문들이 삐끗하면 허물어질 줏대를 잡아
가라앉은 물처럼 철들게 하고 나를 지탱할 눈물이 되었다
아흔 살 삭는 뼈가 주저앉아서 그리운 곳을 향해 큰절을 하는,
새우처럼 등을 꺾은 정결한 어머니
어느 때를 겨냥하여 시위를 당기는가, 자꾸만 물으신다 어머니는
나 올해 몇 살이냐
지금이 몇 시냐.
어머니는 자꾸만 물으신다 지금 몇 시냐, 나 올해 몇 살이냐
장광 옆 채송화가 고개를 떨군 후 분꽃이 목을 빼어 나팔을 부는 시간,
흙 수렁을 건너온 연꽃 향내가 그중 거룩한 산의 능선을 모셔다가
묵념을 하는 시간입니다, 어머니
타다가 가라앉은 노을을 가로질러 새들은 오래된 숲으로 돌아오고
풀벌레들도 풀벌레라 울기 위해서 마음 놓고 엎드려 이슬을 모으는
‘어머니 이렇게 너그러운 시간입니다’
어둠으로 질컥대던 막다른 길에서 나도 물었다
어리석음 부풀어 풍선처럼 떠오를 때 나도 내게 다그쳤다
지금이 몇 시냐, 여기가 어디냐고,
되돌아 짚어보면 그 아픈 질문들이 삐끗하면 허물어질 줏대를 잡아
가라앉은 물처럼 철들게 하고 나를 지탱할 눈물이 되었다
아흔 살 삭는 뼈가 주저앉아서 그리운 곳을 향해 큰절을 하는,
새우처럼 등을 꺾은 정결한 어머니
어느 때를 겨냥하여 시위를 당기는가, 자꾸만 물으신다 어머니는
나 올해 몇 살이냐
지금이 몇 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