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또 하나의 이방인
                                                  곽상희



누구인지 풀밭에서
나를 부르고 있네
문을 열고 나가자
풀밭은 땅속 깊이 사라지고
물살만이 너울 너울,
풀의 뿌리가 맑고 새하얗네


나는 뿌리에 취해 버렸네
내 몸의 비단 효소들이 즐거운 감성으로
일어나네
나는
또 한사람의 이방인
내일의 추억이 되어
확장하는 비애, 그리고 환희


그렇구나, 저 호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더 강해지기도 더 분명치도 않는
몇 천 년을 맺히어 흘러와도 꼭 그대로인
꼭 그대로인 이슬처럼


나는 지금 이슬방울이다!


      ('시와 시학  가을호' 개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