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木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벌거숭이 木

김동기 0 413
저자 : 김동기     시집명 : 사랑해도 될까요
출판(발표)연도 : 2009년     출판사 : 한국문화사
벌거숭이 木



 
나도 인생이기에
나를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고독이다
아무리 생명에는 추(醜)함이 없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덩달아 비실비실 취한다

가을은 나를 하늘에 매달아 두곤 한다
그리고 날마다 하나 둘씩 옷을 벗긴다
속옷마저 다 벗겨진 나를 마음에도 없는 겨울 속으로
다시 놓아주면 나는 부끄러운 몸으로 벌거숭이 나무가 된다

깡마르고 잎마저 다 지운 뒤
처절한 허무 앞에서 얼마나 환장할 것인가
나도 있어야 할 것이 떠나고 나면 서운하다
서운한 가슴으로 하늘을 보면 어지럽고 뿌옇다

하지만 넌 5월의 꿈을 꾼다
도도한 강줄기 따라서 촌락과 도시에 숲을 이루고
바다처럼 들과 산에서도 넘실대는 푸른 생명의 모태여!
         
아직도 세상은 추하다
누가 나서서 깨끗이 닦아줄 용렬한 사람이 없다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들의 천국을 만들어 주지만
누구는 한 끼 포식을 위해서 길목에 덫을 놓는다 

그래서 미안하다
별수 없이 남을 탓하지 않고 살 수 없는
나는 너에게서 세상 제대로 사는 법 한 수 배우려고 한다
오늘이 내 생애의 마지막 잔치가 될지라도 네 등에 기대고 서서
황혼의 인생 고백하며 노래하고 싶다

용서하라
이 땅에 청설모가 사라지고 너마저 없다면
어떻게 숨 쉬고 행복을 누릴 수가 있겠느냐
새들의 궁전이 폐궁 되면 들은 들이 아니다
산도 산이 아니다
메마른 세상이 될 테고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고맙구나
오늘은 내가 너에게로 가리라
계절마다 새로운 세상을 우아하게 떠올려 주고
나는 묘한 향기의 여운을 방안에 채우며 행복을 누린다
바람과 햇살이 잘 닿도록 설레는 손으로 어루만져 주겠다
시작이 서툴지만 거기서 곤한 잠이 들고 싶기에...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