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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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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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고은영 0 523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10월  / (宵火)고은영


그 먼길을 돌아온 당신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늘 그렇듯 당신은 추스르지도 못하는 파리한 내 눈에
쓸쓸한 자리를 깐다

안개 내린 저 숲
당신의 오고 난 지난밤부터 나무들은 잠 못 이루고
바람 한 올에도 조금씩 다가서는 이별이
예전보다 더 수월해진 건 아니라고

우수수 우수수
밤을 떠도는 기척들이 나무 주위를 맴돌다가
안개가 소리없이 새벽을 몰입하여 울고 난 자리
촉촉한 이파리들이 대지에 조용히 엎드려 있다

어긋난 가슴으로 제 살과 피를 내어 주던
당신 닮은 또 하나의 사랑이 질 때
총총히 걸어 들어간 아침 숲에는
싸아한 혼돈의 향기들이 촉수를 뻗어 나를 삼키고
정갈한 공기 사이로 새 울음
명치를 때린다

누군가 스쳐갔을 벤치에 낙엽 하나
아, 당신은 거기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을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윽한 시선으로 날 응시하고 있다

201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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