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투병한 후 입원한 친구의 이야기
곽상희
0
778
2019.10.11 10:35
저자 : 곽상희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오래 투병한 후 입원한 친구의 이야기
곽상희
내 것 아닌 사랑이란 것
생각하기만 해도
내 몸의 구석구석 떡고물에
뭍인 듯,
몇 시간 전 어는 시를 읽다 ‘언젠가’라는 글자가
내 마음 어디쯤 파편처럼 박혀 있다가
어제 밤 내 꿈속에서 강물이 찰랑이는 금싸라기가
되고,
아무 욕심 없이 내 배고픔을 때맞추어 채워주는
그 말없는 고요, 천하를 움직이는 총성보다 더
싸한 손자국, 6월 한 때 잦은 비가 쭉쭉
아직 어께 힘 모자란 연한 잎사귀의 태반으로
뿌리 끝으로 부서지며 내려간다
아직 권력과 정치는 철이 없다, 누구의 눈물인가
확, 짚불이 탄다
그 날 밤 어둠은 多重言語 별이었다
고물 같이 잘잘하게 부서지는 별꽃이
피고 있었다
내 몸은 별의 작은 면이 되어
너에게로 갔다, 떠나버린 시간 피어났다
너와 내 안에서,
그가 거룩한 곳 기둥마다 붙여놓은
주문 같은 문자, 찢어진 문자가 나풀나풀
떨어져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그가 심어놓은 장미꽃이 시큰거리고
다중언어의 말들이 하나로 뜻하려는 안간힘
장미도 산나리도 빼부장이꽃도 아닌
그러나
벗이여, 아직 길은 있다
곽상희
내 것 아닌 사랑이란 것
생각하기만 해도
내 몸의 구석구석 떡고물에
뭍인 듯,
몇 시간 전 어는 시를 읽다 ‘언젠가’라는 글자가
내 마음 어디쯤 파편처럼 박혀 있다가
어제 밤 내 꿈속에서 강물이 찰랑이는 금싸라기가
되고,
아무 욕심 없이 내 배고픔을 때맞추어 채워주는
그 말없는 고요, 천하를 움직이는 총성보다 더
싸한 손자국, 6월 한 때 잦은 비가 쭉쭉
아직 어께 힘 모자란 연한 잎사귀의 태반으로
뿌리 끝으로 부서지며 내려간다
아직 권력과 정치는 철이 없다, 누구의 눈물인가
확, 짚불이 탄다
그 날 밤 어둠은 多重言語 별이었다
고물 같이 잘잘하게 부서지는 별꽃이
피고 있었다
내 몸은 별의 작은 면이 되어
너에게로 갔다, 떠나버린 시간 피어났다
너와 내 안에서,
그가 거룩한 곳 기둥마다 붙여놓은
주문 같은 문자, 찢어진 문자가 나풀나풀
떨어져 피가 되고 살이 되어
그가 심어놓은 장미꽃이 시큰거리고
다중언어의 말들이 하나로 뜻하려는 안간힘
장미도 산나리도 빼부장이꽃도 아닌
그러나
벗이여, 아직 길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