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정지, 이 쓸쓸함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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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지, 이 쓸쓸함의 저편

국화꽃향기 0 2251
저자 : 고재종     시집명 :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
출판(발표)연도 : 2001     출판사 : 시와시학사
묵정지, 이 쓸쓸함의 저편

                        고 재 종
 

한때의 푸르른 피를 잘 씻어낸
억새꽃 은발들이 잔광에 반짝인다.
한때의 무성한 살을 잘 비워낸
억새꽃 은발들이 바람에 쓸린다.
이때쯤 개울물 소리는 청천에 닿고
나는 묵정지 서 마지기, 할말이 없다.
이 저녁까지 나날의 서러움을 잘 부린
머슴새가 시방도 쭉쭉쭉쭉 소를 몬다.
이 저녁까지 나날의 그리움을 잘 빛낸
머슴새가 시방도 그 누굴 호명한다.
이곳저곳 구절초가 속속 듣고
너는 못 뒤엎는 자리, 들을 귀가 없다.
바람은 또 우수수히 풀밭에서 인다.
풀들은 또 소슬하게 그만큼 시든다.
하여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먼가.
꽃도 새도 어둠으로 눕는 자리엔
두루총총 별이 참 많이는 돋는다.
두루총총 서리 쓴 들국빛으로 돋아선
너나 나나의 눈물의 사리를 닦는다.
그러면 타는 밭과 빠지는 수렁을 넘던
우리의 외진 사랑과 노래여, 안녕.
이 저녁 아득아득 저무는 길에서도
찔레 열매들 형형, 사상을 묻고
실베짱이 씨르래기 풀무치 한 떼는
시간 너머의 더 높은 꿈을 연주한다.
너와 난들 이 무명을 무얼로 점등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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