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은 언제나 외롭고 그리움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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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은 언제나 외롭고 그리움을 묻는다

고은영 0 678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가을 햇살은 언제나 외롭고 그리움을 묻는다 / (宵火)고은영


오래된 머루 나무는 올해도
여름내  작은 젖꼭지만 한 알맹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뜨거운 빛을 쪼면서 자꾸만 무딘 제 살을 익혀내곤 했다
단단했던 살이 물러 익은 가을 정원
오후 나절을 벗삼아 머루를 조금 따왔다
새콤한 맛이나 달콤한 맛이 짙은 향기와 더불어
가을만큼 행복하다

아침엔 콩 새가 이슬 버무린 조반을 즐기러
머루 나무로 빠끔히 찾아오고
참새들은 맨드라미 꽃씨를 즐겨 먹고
가을이 저며 주는 행복한 조찬이나 만찬이
페이지마다 풍성하게 수록돼 있다
냄새를 맡는지 새들은 일러주지 않아도
어디에 자신의 아침이 있고
어디에 풍요한 저녁이 있는지 안다

행방을 모르는 세찬 바람이
한나절 나뭇잎들을 하늘로 띄운다
침전되는 오후 햇살이 그리움을 커피처럼 뽑아 내고 있다
가을은 아무래도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빛의 조각들은
다정히 따사로워도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모든 것들의 그림자는 서글프게 길어지고
모호한 가슴 귀퉁이 상처로만 내몰리던
지난날이 놓고 온 발자국에도
가을 향 진하게 물오르는 해질 녘
물어물어 찾아갔던 가을 들판의 낯익은 정경에
흩어졌던 그리움이 다시 원을 그리며 하늘 높이 선회할
하조대 철새나 갈대밭이 무작정 그립다

201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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