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들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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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 19:21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가을 나무들 / (宵火)고은영
아주 작은 목소리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술렁이는 숲 속에
눈치 빠른 은행나무가 맨 먼저 가을을 알아채고
누렇게 뜬 얼굴로 가을을 알린다
모두들 낮게 엎드리세요
가을이에요
자작나무 놀란 동공에 청잣빛 하늘이
파랗게 파랗게 내려와 번졌다
나무들은 서로를 비벼 본다
갈망하는 생의 본질에 대하여
작별은 늘 반짝하고 타오르는 황홀한 빛
빠른 걸음으로 걷는 바람의 기별에
자작나무 미루나무 느티나무 속이 타는데
저 게으른 플라타너스 나무는 아직까지
무심한 가을의 악보를 믿지 못하고 있다
갈대의 첨예한 쇳소리 울음이
가을 강 하구를 온통 휘돌아
속절없이 바다를 울릴 초겨울이 돼서야
파르르 떨고 섰는 플라타너스 나무는
뭉클한 커피색 완장을 차고
서리 오는 골목 눈치 없는 그늘로
아차 싶게 느즈막 가을 빛에 제 이파리들을
팔랑팔랑 띄워 보낼 모양이다
20100920
아주 작은 목소리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술렁이는 숲 속에
눈치 빠른 은행나무가 맨 먼저 가을을 알아채고
누렇게 뜬 얼굴로 가을을 알린다
모두들 낮게 엎드리세요
가을이에요
자작나무 놀란 동공에 청잣빛 하늘이
파랗게 파랗게 내려와 번졌다
나무들은 서로를 비벼 본다
갈망하는 생의 본질에 대하여
작별은 늘 반짝하고 타오르는 황홀한 빛
빠른 걸음으로 걷는 바람의 기별에
자작나무 미루나무 느티나무 속이 타는데
저 게으른 플라타너스 나무는 아직까지
무심한 가을의 악보를 믿지 못하고 있다
갈대의 첨예한 쇳소리 울음이
가을 강 하구를 온통 휘돌아
속절없이 바다를 울릴 초겨울이 돼서야
파르르 떨고 섰는 플라타너스 나무는
뭉클한 커피색 완장을 차고
서리 오는 골목 눈치 없는 그늘로
아차 싶게 느즈막 가을 빛에 제 이파리들을
팔랑팔랑 띄워 보낼 모양이다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