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가을 공원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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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 19:25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오후의 가을 공원 / (宵火)고은영
내림굿을 받는 바람의 창백한 맨발이
작두 위에 서늘하게 흔들렸다
신명이 든 바람의 점괘에
느티나무 이파리들이 하얗게 질려 갔다
늦은 오후 햇살이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처럼 조심스러운데
그토록 소란스럽던 미치 새가
모과나무 누런 열매에 탐심을 걸어 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을을 이별이라 하지 마라
가을이 떠남이라 하지 마라
그대 얼굴 홍시처럼 붉어지면
그것은 자유와 해방의 피날레
화르르 화르르 나비가 되어
저 해방의 숲으로 날아오르는
완벽한 자유 의지
세상의 살벌한 풍경에도
미니 스커드는 허벅지에 목을 매고
황홀한 사랑을 꿈꾸는지 몰라도
시간은 끈덕지게도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낮의 길이를 잘라 먹으며 밤을 키우고
입버릇처럼 앞 바른길로 나간다던
무심한 어머니 중얼거림이 하루종일
가을 벤치에 앉은 내 날개 깃털마다
벌레처럼 기어나와 한가한 내 면상의 표지를
가을처럼 쓸쓸하게 익히고 있다
20100916
내림굿을 받는 바람의 창백한 맨발이
작두 위에 서늘하게 흔들렸다
신명이 든 바람의 점괘에
느티나무 이파리들이 하얗게 질려 갔다
늦은 오후 햇살이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처럼 조심스러운데
그토록 소란스럽던 미치 새가
모과나무 누런 열매에 탐심을 걸어 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을을 이별이라 하지 마라
가을이 떠남이라 하지 마라
그대 얼굴 홍시처럼 붉어지면
그것은 자유와 해방의 피날레
화르르 화르르 나비가 되어
저 해방의 숲으로 날아오르는
완벽한 자유 의지
세상의 살벌한 풍경에도
미니 스커드는 허벅지에 목을 매고
황홀한 사랑을 꿈꾸는지 몰라도
시간은 끈덕지게도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낮의 길이를 잘라 먹으며 밤을 키우고
입버릇처럼 앞 바른길로 나간다던
무심한 어머니 중얼거림이 하루종일
가을 벤치에 앉은 내 날개 깃털마다
벌레처럼 기어나와 한가한 내 면상의 표지를
가을처럼 쓸쓸하게 익히고 있다
201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