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가을 공원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후의 가을 공원

고은영 0 511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오후의 가을 공원 / (宵火)고은영


내림굿을 받는 바람의 창백한 맨발이
작두 위에 서늘하게 흔들렸다
신명이 든 바람의 점괘에
느티나무 이파리들이 하얗게 질려 갔다

늦은 오후 햇살이 살금살금
도둑 고양이처럼 조심스러운데
그토록 소란스럽던 미치 새가
모과나무 누런 열매에 탐심을 걸어 놓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가을을 이별이라 하지 마라
가을이 떠남이라 하지 마라
그대 얼굴 홍시처럼 붉어지면
그것은 자유와 해방의 피날레
화르르 화르르 나비가 되어
저 해방의 숲으로 날아오르는
완벽한 자유 의지

세상의 살벌한 풍경에도
미니 스커드는 허벅지에 목을 매고
황홀한 사랑을 꿈꾸는지 몰라도
시간은 끈덕지게도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낮의 길이를 잘라 먹으며 밤을 키우고

입버릇처럼 앞 바른길로 나간다던
무심한 어머니 중얼거림이 하루종일
가을 벤치에 앉은 내 날개 깃털마다
벌레처럼 기어나와 한가한 내 면상의 표지를
가을처럼 쓸쓸하게 익히고 있다

20100916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