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비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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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비의 바다

고은영 0 62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오라비의 바다 / (宵火)고은영

고향 바다
이제 사랑이 없어도 물결들은
자기 형상을 버리지 못하네
오라비는 만선을 끌고
꿈을 지피던 바다로 영원히 떠났다
분열된 삶의 조각들을 팽개쳐버리고
출구가 봉쇄된 심연으로
열두 살 소년처럼 무겁게 가라앉던 마른 뼈 자리
유난히 큰 심장 소리로 여름밤을 가르던
멸치잡이 배들이 휘황한 불을 밝히면
불빛에 찔린 어둠이 저만치 달아나고
애마 명진호를 타고
짜~~잔 되살아나는 오라비
멸치들은 열두 살 아이처럼
저승 꽃을 입에 물고 입술을 쫑긋거리며
가난을 이겨 보겠다던 오라비 가슴에
푸른 미소로 달려들었다
여름밤 달빛을 머리에 이고
물결에 떠내려가는 댓잎처럼
가볍게 그렇게 가볍게
그 알싸한 순비기 보랏빛 꽃이
지천으로 성산포를 불 지르던 밤
눈물을 실어 나르던 소년의 애마 명진호
멸치들은 빛의 길을 밟고
큰 오라비 조타실까지 넘치고 넘쳐 넘실거렸다
아이가 죽은 자리 허망 한 바람이 쉬는 자리
열두 살 아이 같은 저승 꽃 입에 물고
그저 가볍게 가볍게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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