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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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의 추억

고은영 0 65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한 잎의 추억 / (宵火)고은영


그대의 가지에서 이미 나는 지고 있는가
견딜 수 없는 선율이 미약하므로
어차피 운명으로 져야만 하는가
여름은 뜨겁기도 하였지만
비 내리고 소나기 스쳐 간 자리
말간 하늘 뭉게구름이 저 홀로 행복에 겨웁기도 했다
가끔 꿈에 접힌 내 안의 엽서를 열면
내 눈물보다 그대 사랑이 더 아픈 적이 많았다
하늘 아래 세속에 젖은 시간들이 염치없이 질겨진 것처럼
도저(到底)한 사랑 속에 풍화된 미소들이 섭섭하고
그림자로 남겨 질 흔적들은 언제나 서러웠다

가을 오는가
다홍 빛 눈망울로 그대 침울한 거리
내 초록빛 눈물을 다 써버린 마른 곳간
초라한 변명의 역사를 쓰지 않아도
그대의 길은 기다림으로도 완벽하게 열린 적이 없었다
은근한 신열로 야윈 성욕은 볏짚처럼 가볍고
은신했던 청춘의 이파리들은 사심없는 변방으로 낙하하리니
우매한 한 잎 추억이 유순하게 진 다음
비로소 그대의 형편은 평화 속 자유로 가득하기를

201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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