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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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6 18:06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가을을 재촉하는 비 / (宵火)고은영
오늘 내리는 저 비는 첼로의 낮은 음조처럼
청동빛 가을 색을 그리워 하며 동티 난것처럼
거친 휘몰이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바람까지 드세다
비의 종착은 한결같이 낮은 대지를 고집한다
이제 풍경은 그 부산했던 여름에서
깊게 패인 고독으로 진부한 쉼을 꿈꾸고
뜨거운 사랑을 속삭이던 여름을 비워내야 한다
부드러운 말들의 연정으로 수줍기도 했을 여름 향기들이
한 꺼풀씩 껍데기를 벗어내고 있다
그렁그렁 여름을 일렁이며 눈부신 하늘만 바라보던
자귀나무 그 가는 잎새들이 여린 음표로 파르르 떨거나
8월 염천에도 하늘하늘 분홍빛 꽃불을 피우며 날로 붉거져도
무심한 계절 빛에 쓸쓸해지는 이별의 전조가 강둑에 얹어진 다음부터
굽이굽이 잡풀들이 우거지고 작은 꽃들이나 아름드리 울창한 나무 사이로
바람이 무시로 벼랑을 타고 여름을 흔드는 동안
가끔 들리던 뻐꾸기 울음이 숨죽인 사랑을 소환했어도
청춘은 썰물처럼 그리움에 발자국을 찍으며 빠져 나간다
그림자도 없이 젊음을 잃어가는 색들은 황홀하지만
철새들은 잃은 길을 기억해 내야만 하고
갈대들은 핏빛 가슴을 토해내고 산발한 머리칼로
온종일 들판을 나부끼다 안개 자욱한 해질 녘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핏기 잃은 손으로
제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부여잡고 바람의 흔적을 털어내야 한다
나무들은 다시 빈 몸뚱이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던
사랑의 슬픔이 고립으로 더욱 황량해지는 밤이면
술 취한 보도 위에 적멸로 돌아서는 잎새들의 황금빛 눈물 뒤
휩쓸리는 여름의 향기와 소리들이 미풍에도
까마귀 울음처럼 청승맞게 원경으로 소멸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이미 늙어버린 눈물로 긴 기다림을 미학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20100826
오늘 내리는 저 비는 첼로의 낮은 음조처럼
청동빛 가을 색을 그리워 하며 동티 난것처럼
거친 휘몰이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바람까지 드세다
비의 종착은 한결같이 낮은 대지를 고집한다
이제 풍경은 그 부산했던 여름에서
깊게 패인 고독으로 진부한 쉼을 꿈꾸고
뜨거운 사랑을 속삭이던 여름을 비워내야 한다
부드러운 말들의 연정으로 수줍기도 했을 여름 향기들이
한 꺼풀씩 껍데기를 벗어내고 있다
그렁그렁 여름을 일렁이며 눈부신 하늘만 바라보던
자귀나무 그 가는 잎새들이 여린 음표로 파르르 떨거나
8월 염천에도 하늘하늘 분홍빛 꽃불을 피우며 날로 붉거져도
무심한 계절 빛에 쓸쓸해지는 이별의 전조가 강둑에 얹어진 다음부터
굽이굽이 잡풀들이 우거지고 작은 꽃들이나 아름드리 울창한 나무 사이로
바람이 무시로 벼랑을 타고 여름을 흔드는 동안
가끔 들리던 뻐꾸기 울음이 숨죽인 사랑을 소환했어도
청춘은 썰물처럼 그리움에 발자국을 찍으며 빠져 나간다
그림자도 없이 젊음을 잃어가는 색들은 황홀하지만
철새들은 잃은 길을 기억해 내야만 하고
갈대들은 핏빛 가슴을 토해내고 산발한 머리칼로
온종일 들판을 나부끼다 안개 자욱한 해질 녘
다시는 흔들리지 않으려고 핏기 잃은 손으로
제 뿌리를 더욱 단단하게 부여잡고 바람의 흔적을 털어내야 한다
나무들은 다시 빈 몸뚱이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던
사랑의 슬픔이 고립으로 더욱 황량해지는 밤이면
술 취한 보도 위에 적멸로 돌아서는 잎새들의 황금빛 눈물 뒤
휩쓸리는 여름의 향기와 소리들이 미풍에도
까마귀 울음처럼 청승맞게 원경으로 소멸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이미 늙어버린 눈물로 긴 기다림을 미학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2010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