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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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풍경

고은영 0 74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석모도 풍경 / (宵火)고은영


주룩주룩  비 내리는 석모도 선착장
저 붉은 갯벌엔 폐선 두엇 척
지난날의 영화를 그리는지
그 얼굴이 밀랍처럼 창백하다
방치된 그림자들은 가끔 바닷물에 어른댈 뿐
고독하니 더욱 쓸쓸하다

구멍가게 아줌마
그림 도구 펼쳐놓은 손길을 독하게 막는다
낡은 평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우리가 그냥 모른 척 하겠는가
인심이란 게 남아 있을 법한
어촌의 촌부들도 이제는 앙칼지다
독기어린 눈으로 잠시의 쉼도
허락되지 않는 몰인정 섭섭도 하여라

하필 비 내리는 궂은 날
그림을 그린답시고 캔버스를 들고 나왔는지 몰라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그릴 심산도 아니었 건만
섬을 돌고 돌아 갯벌이 훤히 보이는
민물 매운탕 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마당엔 흠뻑 물먹은 접시꽃이 싱싱하고
후두두 후두두 빗물에 자꾸만 말간 얼굴 수줍다

하늘은 지치지도 않은지 더욱 어둡고
미친년 풀어헤친 머리처럼 끊겼다 이어지는 빗줄기
갯벌에 비 맞는 물새 한 마리
어쩌다 너는 혼자 남아 잔잔한 고요를
두려움 없이 받아 드리고 있는가

아아, 석모도는 온통 고립이다
물새도 홀로 갯벌을 종종거리고
비 내리는 궂은 날
마중하는 사람 하나 없는
비 오는는 날의 수채화가 되어
섬도 홀로 외로운 비를 맞는다

200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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