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서러운 한은 중세의 바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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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서러운 한은 중세의 바다에 있다

고은영 0 87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제주의 서러운 한은 중세의 바다에 있다  / (宵火)고은영

섬은 1948년 4.3을 필두로 지독한 피의 허기를 예견하고 있었다
민족주의자들은 해방을 맞이한 국민들의 민족정신의 우월성을 주장하고
이념과 사상을 떠나 친미군정과 친일파의 지배 체제에
남한 단독 선거를 반대하는 봉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섬은 사람들이 흘리는 절규를 먹기 시작했다
서청 (서북청년단)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서청은 사람들의 피를 즐겼고 민중들은 꽁꽁 언 한과 고통을 안은 채 
무너지는 지축에 무더기로 무더기로 산장 되어갔다
수십 명이 한꺼번에 구덩이에 생매장됐고 흙이 절망으로 들썩거렸다 
지옥의 묵시록이 삼다의 가슴에 새겨져 갔다
30000의 민중이 지옥의 심장에서 핏빛 꽃잎으로 힘없이 낙화하여 갔다
어린 아이들이 죽창에 찔려 나동그라지고
해산하던 여인의 주검엔 세상을 열어보지도 못한 아기가
여인의 자궁 문에 걸린 채 어미와  더불어 학살됐고
여인들은 발가벗겨져 팽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음욕을 당하고
사위와 장모가 공개 석상에 폭력에 의한 관계를 맺고 총살돼 갔다
또 어느 마을엔 며칠 동안 죽은 어미의 젖을 빨며 울던 아기도 있었다
서청은 여인의 자궁에 수류탄을 넣어 폭파시키기도 했고
고구마를 넣고 시시덕거리기도 했다
인육들이 사방팔방으로 튀고 밤새 삼다의 섬은
끊이지 않는 비명이 파도소리보다 더 거세게 불었다
차라리 총살형은 훨씬 인격적이며 양심적이었다
시체 썩는 냄새 인육이 타는 냄새로 도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파시즘적인 서청은 유독 여자들을 데려다 성적 수치심을 다반사로 일으키고
학대를 일삼고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하며 여자들이 죽는 순간까지
육체적 성적 고문의 강도를 과시하며 더욱 악랄해져 갔다
삼다의 여인들은 광분한 서청의 노리개로 전락해
수많은 소녀가 성 고문에 불타 죽거나 비참하게 찢겨 죽어갔다
삼다의 성읍과 마을 마을은 피바다를 이루고 중산 간 마을은 초토화됐다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죽고 누나가 죽고 형이 죽고 동생들이 죽어갔다
공개 처형장에서는 가족이 학살 앞에 그 가족들은 손뼉을 치며 만세를 부르게 했다
왜? 무엇 때문에 그토록 제주의 섬은 초토화되었고 이념도 사상도 모르는 민중들이
섬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한 많은 지옥의 구덩이에 아비규환으로 희생당해야 했는가
그때 경무국장 조병옥은 나라를 위해서는 제주도 위에 기름을 뿌리고
삼다의 30만 주민과 모든 것을 태워 죽이라고 외쳐댔다
역사는 그를 독립군이라 부르지만 그의 만행은 단단한 껍질 속에 봉인돼 있는 셈이다
아직도 살아있는 증언들이 제주에는 생생하다
아버진 대동청년 단장이셨지만 서청의 광기와 행태에 진저리를 치셨고
죽음 직전에 임박한 많은 사람을 구하기도 하셨다
눈 뜨면 소문에 꼬리를 문 누가 죽었다는 전갈이 명치에 무거운 통증을 유발했던
그때 그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어떻게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버진 4.3의 증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4.3이 막을 내리고 도의회 부의장이셨던 아버진 정계에 이권이나
권력에 진저리를 치시고 은퇴하신 후 조용히 자연과 더불어 은거하셨다
봉화가 불붙기 바로 직전 나의 두 삼촌은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어
둘째 삼촌은 효수되어 그 목이 제주 관덕청에 일주일 이상을 걸려 있었다
셋째 삼촌은 아직도 그 행방이 묘연하다
많이 그리우셨는지 어머닌 바로 밑에 동생인 셋째 삼촌 얘기를 자주 꺼내셨다
이모들도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에 지병을 얻으셨고
4.3의 고문으로 돌아가신 이모도 두 분이 계시다
그 역경과 고난과 고통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유족들의 몫인 것을
한을 안고 죽어갔던 많은 주검은 알고 있었을까
그들의 주검 뒤에 수많은 유족은 연좌제에 묶여 더욱 큰 고통으로 삶을 연명해 왔다는 것을
또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들과 나라는 그 암묵적인 고통이 대가가 어떤 것임을 헤아리기는 할까
4.3의 후유증은 그야말로 다양한 아픔을 양산하고
제주 도민의 삶에 상처와 모진 고통의 한을 선사한 것이다
폭력은 힘과 권력으로부터 시작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증언들이 있다 
그들이 죽어갔던 오름과 한라산 4.3의 유적들은 피를 마시고
침묵의 망대에 수많은 영령이 한이 대기중에 펄럭이고 있다
유족들의 고통이 민중의 무고한 주검이 오늘도 침묵의 발원을 그리는 한
역사는 진실되고 참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


20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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