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의 외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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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의 외로운 풍경

고은영 0 426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어느 마을의 외로운 풍경 / (宵火)고은영)


긴 하루 저무는 초여름
한나절을 돌아도
텅 빈 고요만 흔들리는 마을에 황혼이 짙다
어느 한 곳도 황혼이 배지 않은 곳이 없다
거리를 배회하는 먼지들이 투과되는 빛에 나풀거릴 뿐
적조한 침묵은 마을 구석구석 그렁 거린다

비좁은 골목 어귀
예닐곱 먹었을까
까무잡잡한 계집아이가
흙 묻은 손을 탈탈 털어내며
쪼르르 달려가 할매 품에 어리광이다

할매요 천상에는 심심한 기 없제
아이고, 우리 맹순이가 외롭은 갑다
하모, 천상에 적적한 기 어딨노
벗이 없어 따분하제
와 안 그렇겄노 늙은이만 남은 마을에
니가 무신 낙이 있겄노

정겨운 대화에 스미는 따사로운 햇살도
해질 녘 외로움을 씻어내지 못하고
노을이 머무는 동구 밖 까치소리 가끔 개 짖는 소리
찢어진 가난에 손녀딸과 나누는 정담에
가슴 찌르르 서늘한 물기가 출렁거렸다
무슨 영화를 보고지퍼
젊은이들은  모두 떠나간 것이냐

바람도 말없이 외롭다
버려진 폐가 마당으로 들어서면
뒤꼍 장독대 개살구 주렁주렁 달리고
논과 밭은 푸른 물결로 일렁일렁
무심천에 흐르는 적막은 무진장 외롭다

사람들은 누구나
탐욕을 채울 수 없어 외롭고
허기져 외롭고 가난하여 외롭고
욕심 하는 것들이 많으니 외롭고
늙으니 외롭고

201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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