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이별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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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07:4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내가 좋아하는 이별 / (宵火)고은영
미안하다..
사내는 말끝을 흐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못 본 척 애써 사내의 시선을 피하여
사내의 어깨에 눈을 맞췄다
사내의 무거운 어깨 위로 저녁노을이 흘러내렸다
빛을 등진 사내의 어깨가 흔들렸다
버지니아 울프를 노래하던 시인은 죽었다
이제 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이다
시간은 고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에 틀에 갇혀
날아오를 수 없는 날개를 만지거나 닦는 일이다
갈밭에서 고요한 침묵을 깨고
푸드득 새떼들이 줄지어 하늘을 날아올랐다
저 먼 강 하구로부터 소리없는 물결이 죽어가고 있었다
꺼져가는 불씨에 훅,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어둠이 정적의 틀을 깨고 휘몰아쳤다
20071001
미안하다..
사내는 말끝을 흐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내의 눈이 젖어 있었다
그녀는 못 본 척 애써 사내의 시선을 피하여
사내의 어깨에 눈을 맞췄다
사내의 무거운 어깨 위로 저녁노을이 흘러내렸다
빛을 등진 사내의 어깨가 흔들렸다
버지니아 울프를 노래하던 시인은 죽었다
이제 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이다
시간은 고문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에 틀에 갇혀
날아오를 수 없는 날개를 만지거나 닦는 일이다
갈밭에서 고요한 침묵을 깨고
푸드득 새떼들이 줄지어 하늘을 날아올랐다
저 먼 강 하구로부터 소리없는 물결이 죽어가고 있었다
꺼져가는 불씨에 훅,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어둠이 정적의 틀을 깨고 휘몰아쳤다
20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