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얼굴과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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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얼굴과 향수

고은영 0 406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도심의 얼굴과 향수 / (宵火)고은영


서울 거리엔 윤기 넘치는 대리석 빌딩들이
흑진주 빛이나 사과 빛 같은 부레로
평행 감각을 유지하며 단단한 숨을 쉰다
21세기는 빛나는 액세서리에 길든 사랑을
헐값에 공매하고 싱싱한 사랑을
구시대적 발상이라 치부하고 있다

우리들은 급진적 후기 모더니즘 내지는
전위적 사랑의 허구를 얼마나 흠모하는가
진리의 불변은 허황하게 피폐하다
그 어느 거대한 음모에 사육당하는 꿈의 부산물 들이
오늘 이 도시의 정곡을 찌르며 흐르고 있다

껍데기 없는 전라로 고향은 이맘때쯤
오월 보리 누렇게 익어가고
비 오는 날 빨랫줄에 대롱거리던 물방울
비릿한 갯내음에 일출봉을 감싼 해무 한 무더기
초가지붕 처마 밑에서 날아오르던 날렵한 제비
여름이 성큼 걸어오는 저만치
F 장조로 번지던 알레그로 파도 소리

폭음하던 오빠의 주검을 목도했고
사랑하던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할머니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사랑하던 이들과 저주 같은 작별을 하면서
피로한 슬픔엔 가난이 휘청휘청 짓이겨진 과즙처럼
늘 가슴에 흥건했다
나는 고향을 미워했다

나에게 바다는 잊힌 과거이며
현실은 하찮은 눈곱처럼 무력한 찰나다
나는 어둠을 배격한다
물리도록 귓전에 파도가 부서져도
빈곤한 영혼으로 그리움을 부여잡은 이 밤은
만조로 넘치는 기억에 잃어버린 향수로 가득하다

20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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