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오백년, 한 오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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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오백년, 한 오백년

이향아 0 374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출판(발표)연도 : 2012     출판사 : 시문학사
한 오백년, 한 오백년/이향아



지금 어머니가 앓는 것은 만성신경통
'나이 탓입니다'
어머니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풍랑의 밤바다 소금을 풀어
푸른 머리 미역처럼 헹굴 적에는
늙어지고, 늙어지고 콧노래로 우시더니 
그때가 꿈같다 꿈같다고 한다

아침마다 신문에는 바겐세일 광고
등신처럼 남아 있는 후회를 모아
이제는 끝났다고 항복하는 것인지
나도 한때는 맹세했었다
어머니, 당신은 만월로 계시고
나도 빛나 그 하늘에 별이 되마고

오늘 밤도 그 별 하나 언덕에서 식고
나는 제목 없는 시를 쓰면서
한 오백년 한 오백년 아무것도 아니구나

지금을 영원처럼 살려고 했다
시간은 이내 그리움에 묻히고
영원은 지루한 우상이라고 
말들의 몽롱한 아지랑이 속에
나는 섬처럼 끈끈히 떴다

어머니의 청춘과 만성신경통
한 오백년과 이 세상 폐회
신문에는 날마다 바겐세일 광고가 난다. 
                      -제 9시집『환상일기』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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