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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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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향아     날짜 : 19-11-01 15:27     조회 : 91    
    · : 풍경에 기대어
    · 저자(시인) : 이향아
    ·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2
    · 출판사명 : 시문학사
풍경에 기대어/이향아



응갯돌 빨래터 방망이 소리는 사육제 마당의 북소리 같았다.
그 소리에 바위들은 몸을 더 웅크려서 굳은 살 힘줄을 퍼렇게 떠올렸다.
어머니는 해를 향해 빨래를 펼쳤다.
빨래를 펼칠 때의 어머니의 키는 옛 얘기의 거인처럼 솟아오르고,
나는 어머니가 남처럼 낯설었다.
응갯돌 빨래터 널브러진 바위에 어머니는 빨래를 제상처럼 널었다.
해보다 눈부시던 어머니의 빨래.
 
어머니는 빨래에 순결을 걸었다.
어머니는 빨래에 승부를 걸었다.
어머니는 빨래에 지조를 걸었다.
아, 빨래는 어머니의 예술

나는 언덕에 걸터앉아 노래를 불렀다.
다리를 흔들며 목청을 돋우면 마디마디 슬프던 노래의 곡조
빨래는 마르고 나는 목이 쉬었다.
다 저녁 풀밭으로 여치들은 모여들고,
내 목이 쉬어서야 여치들이 울었다.

응갯돌 빨래터 돌자갈 깔린 길로 찌그덕거리며 돌아오는 길
나는 심심하여 돌을 차며 걸었다. 발끝에 차이는 자갈 같은 목숨,
낡은 내 호주머니 깊숙이에는 빨래터에서 얻은 자갈 같은 보물들.   

그림자는 길게, 길게 뻗쳐 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응갯돌 빨래터,
그날의 명예라고 이끼라도 피었으면,
전설처럼 아스라한 언덕바지에서   
어머니의 빨래방망이 소리 아직도 들려오고
내 맥은 전에 없이 빠르게 뛴다.
                      -제 9시집『환상일기』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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