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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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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향아     날짜 : 19-11-01 15:29     조회 : 108    
    · : 불 같아요
    · 저자(시인) : 이향아
    · 시집명 : 어머니 큰 산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2
    · 출판사명 : 시문학사
불 같아요/이향아

   

매우 중요한,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어머니는
나를 헐어 말하듯 생판 모르는 남들 앞에서
‘성질이 불같아요, 한 번 발끈하면 앞뒤 분간 못해요.
그래도 이내 사그라져 뒤끝은 없어요, 그래도 순해요.’
 
그 시절 나는 불의 내력에 어두웠지만 어머니의 말이 걱정이었다
감히 다가갈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불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불
그것이 천명의 숨결이라는 것을 알지는 못했지만
나는 불을 경외하였다
어머니는 왜 나를 불이라고 하는가
나는 내가 불같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었다
허둥대다 깜빡 태워 없앤 것 중에는 꽤 쓸 만한 것도 있지만
식어버린 재를 다스리느라
나 이렇게 구차하게 엎드려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사하던 날 아파트분양 회사에서 소화기 한 대씩 얹어줄 때
내 불길 눈치 챘나, 속으로 뜨끔했다
이제 새삼 불붙을 일 있을까
애들이 혹시 불장난할까봐 불조심해라, 불조심해라
외고 다니지만
불장난도 아주 짧은 순간에 끝나버린다는 걸 자꾸 잊어버린다
불이 주체스러워
숨기고, 웅크려 무릎을 꿇었던 일들 아득하다
어머니는 아직도 당신의 딸이 불같다고 여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어머니는
내가 끝끝내 불과 같기를 바랄 것이다.
                      -제 18시집『화음』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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