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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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역을 지나며

이향아 0 45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양재역을 지나며/이향아

                                     

말죽거리 지나서 헌인릉으로 
아마 3학년 가을소풍이었겠다
지금은 땅속까지 실핏줄이 엇갈리고,
터진 난장 같은 양재역 근처
그때는 말죽거리 구수한 들판에
해는 논둑길에 빗금으로 쏟아지고
푸석 푸석 흙먼지가 발등을 묻었었지 

민주화의 파도에 쪽배처럼 흔들렸던,
우리들의 젊은 날 울렁거리던 그 하루
김 교수님은 일찌감치 술이 취해 울었고
남학생 두엇도 따라 울었어
그것밖에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민숭민숭한 가을소풍
무엇을 배웠던가 깡그리 잊었지만
강 언덕 마른 풀도 이슬에 젖는
존경하는 교수님의 흐느낌소리

날이 저물고
질펀히 기대고 싶은 옛날의 말죽거리,
양재역 근처에서 
나도 한 번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날이면
공연히 이리 저리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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