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생의 겨울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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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생의 겨울 종점

고은영 0 56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어느 인생의 겨울 종점 / (宵火)고은영


뼈마디 앙상한 그의 미소 앞에 서면
애증으로 범벅된 고통이
저 홀로 일그러져 킬킬대던 빈곤 속에
그의 아내는 고급 검정 양복에
굵고 흰 실로 터진 곳을 여미고
연일 가난과 직면한 호외(戶外)의 나날들

정강이를 구부릴 때 굵고 하얀 실밥이
마른 발등으로 후두두 버짐처럼 번지거나
유난히 돋보이던 그의 무심한 하루 속에
영글던 비애가 얼마나 안쓰럽던지

삶의 유배지에서 그는
어떤 변명의 합리 점도 찾지 못하고
어느 날 엷은 종잇장처럼
지상의 명부에서 찢겨 나갔다
그날 나는 주검의 냄새 위에
경직된 슬픔 들이 무수히 떠도는 것을 보았다

바람이 미친 괴성으로 울던 동짓달 그믐
한으로 남았을 법한 그의 넋의 흔적은
다만, 진눈깨비 위에 잿빛 냄새로 진동하고
그는 인생의 겨울 종점에서 사(死)의 눈금을 밟고
종종걸음으로 영원을 향하여 소실돼 갔다

유난히 겨울이면 그날의 슬픔이 뭉툭한데
냉기를 베고 누운 가슴 속 한 소절 그리움에
그의 잔영이 밤의 창가를 스쳐 지나는지 아릿하다

201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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