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관한 시 모음-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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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관한 시 모음-김용화

김용화 0 410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장길


빚봉수 서고

팔려가는


자운영 꽃 피는
논둑길 건너갈 때

울아버지
홧병,

쇠뿔 같은 낮달이
타고 있다

한내
장길



아버지의 짐 자전거


한평생 버겁던 짐 다 내려놓고
타이어도 튜브도
안장도 짐받이도 떨어져 나간 채   

고향 집 앵매기 집 짓는 헛간
구석에 처박혀

예산장, 홍성장, 삽다리장,
새벽안개 가르며 씽씽
내달리던
푸른 시절, 푸른 날들 추억하다가

장꽝에
감꽃 구르는 소리-

가슴 허무는
아버지의 짐 자전거



아버지


지난겨울 온 세상이 하얀 눈 속에 묻힌 날,
아버지는 호올로 세상을 떠났다
대학병원, 요양병원 수차례 전전하다
끝끝내 고향 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요양병원 집중치료실에서
거인처럼, 차력사처럼, 온몸에 바늘을 꼽고
고무호스 주렁주렁 늘어뜨린 채
이승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렸다
생전에 아버지는 개미 한 마리 밟지 않으려고
고갤 숙이고 땅만 보고 다녔다
짐 자전거를 많이 끌어서
왼쪽 어깨는 주저앉고 오른쪽은 솟아올랐다
영하 18도의 살뚱맞은 추위 속에
하늘은 연사흘째 사카린 같은 눈을 뿌렸다
적막하디적막한 새벽 한 시-
비보를 받고 달려간 요양병원 집중치료실,
칸막이가 쳐진 하얀 시트 위에 반듯이 누워
아버지는 단 한마디 말이 없고
고향에서 올라온 홍시 하나, 머리맡에
빨간 조등을 켜고
아버지의 마지막 밤을 꺼질 듯 비추고 있었다



아버지는 힘이 세다


아버지는 힘이 세다
세상 누구보다도 힘이 세다
손수레에 연탄재를 가득 싣고
가파른 언덕길도 쉬지 않고 오른다
꼭두새벽 어둠을 딛고 일어나
국방색 작업복에 노란 조끼를 입고
통장 아저씨를 만나도
반장 아줌마를 만나도
허리 굽혀 먼저 인사를 하고
이 세상 구석구석
못쓰게 된 물건들을 주워 모아
세상 밖으로 끌어다 버린다
나를 키워
힘센 사람 만들고 싶은 아버지,
아버지가 끌고 가는 높다란 산 위에
아침마다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마중


한없는 들길
등불 하나
떠간다

구레뜰 찬물내 회다리
지나

별과 별 사이
작은 별도
함께 간다

개구리 울음 건너
아버지
먼 기침 소리



모과


못생긴 모과 하나

방안 가득
눈물 같은 향을 내더니
썩어가며 더욱 깊어지누나

암꽃처럼 피어나는
반점

그대,
누워서도
성한 우리를 걱정하시더니



감꽃 지는 마을
                                 

감꽃 피는 내 고향 가고 싶다
논두렁에 콩 심고
비 맞으며 깨 모종하고

장날이면 엄마랑 단둘이
등불 밝혀 들고
한내 장길 아버지 마중을 가고 싶다
개구리 울음소리
가만가만 밟아가며

오늘같이 비 오다가 갠 날엔
앞산 뒷산 
나란히 잠든 어르신들
한 분 한 분 깨워 일으키고 싶다



가족사진


계급장도 없는 훈병 모자 눌러쓴
삼십 중반 아버지가
세 살짜리 고추를 안고
박꽃처럼 환하다

할머니랑 엄마랑
광시, 청양, 부여 백마강을 배 타고 건너 꼬박
이틀 만에 당도한 논산훈련소

스물다섯 분꽃 같은 엄마는
내외를 하는지
다소곳이 고갤 숙인 채
새침한 표정,
무슨 생각 저리도 골똘한 것일까

사진 밖에 서 있는
할머니 환한 얼굴도, 내 눈에는 환하다



세월 속에서


눈이 와서 마을이 박속처럼 화안한 날
고향에 돌아와서 밥을 먹는다
80을 바라보는 엄마가 해준 흰 쌀밥 먹는다
90을 코앞에 둔 아버지가
50이 넘은 아들 밥 먹는 모습 지켜보다
귀밑에 흰 머리 하나를 뽑아 준다
눈꽃이 전설처럼 피어나는 동화 속 마을에서



비 오다가 갠 날


젊은 엄마가 옥양목 앞치마
반듯하게 매고
부엌에서 손님 맞을 준비하고
있을 것 같은

젊은 아버지가 원추리꽃 꺾어
소 귓등에 꽂아주고
무지개 뜬 산길 넘어
소 앞세우고 돌아올 것 같은



아버지의 집


아버지는 이 봄에 집을 지으신다
팔십을 바라보며
헌 집을 털어내고 기름때는
현대식 양옥을 지으신다
거실에 수세식 화장실도 딸린
이 담에 애들 다 키워 놓거든
늬가 내려와 살거라
삽질하다 흰 머리 쓸어 올리며
말씀하신다
꽃 피는 아침부터
꽃 지는 저녁까지 아버지 일을 하신다



아버지의 봄


병원에서 하 고생을 하셔서 하나도 서운치 않더니
살아가며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다

강남 제비 돌아온다는 삼월도 삼짇날에
헐렁한 신 끌고 아버지
아지랑이 속에서 나와 텃밭에 고추모를 놓으신다

구십 노인이 이젠 욕심 좀 자그매 부려유
고춧대는 오치기 세울 꺼구 
소독은 또 오치기 다 칠라구 성가시게 그러능 거유
……

어머니 잔소리에
아버지,
슬며시 아지랑이 속으로 다시 들어가신다
헐렁한 신 끌고

하얀 나비 한 마리
나울나울 아지랑이 속을 날아오른다, 화창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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