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같은 사랑을 /  (宵火)고은영


생명은 이별을 전제하고 사는 눈물입니다
어떤 이별이던 서럽지 않은 것이 없으며
아쉽지 않은 이별도 없는 것입니다

당신의 음악은 내 영혼을 울리고
가을의 빈 허공에 음표들은
서러운 음률로 따박따박 밤의 낙엽을 밟으며
어디론가 자꾸만  걸어갑니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마음엔 이미 지우개로
지난 사랑의 기억을 다 지웠다 생각했는데
이름 모를 그리움 하나 간절한 몸짓입니다

체제보다 영혼의 중요성을 깨달은 초저녁
가로등에 비친 가을 나무에 울긋불긋 단풍들은
얼마나 황홀한 색기들을 발산하는지
이제 나는 첫사랑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죄가 되지 않는다면 직선과 곡선으로
부족하고 부끄러운 마지막 사랑을
잔잔하고 고요한 파스텔톤으로
나의 빈 도화지에 그려내고 싶습니다
저 가을의 붉은 단풍같은

200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