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개비 / (宵火)고은영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읽습니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을었다
어떤 사물의 다양한 빛을 발견하기 위해 사랑이 필요했다
그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마법의 언어입니까
당신은 당신 삶에서 얼마나 다양한
사물의 빛을 발견했고 사랑의 빛을 발견했습니까

파울로의 소설을 집어던졌습니다
파울로의 소설보다 오늘의 날씨가
더 음울한 장송곡처럼 가슴에 번져가는 까닭입니다
며칠 전의 폭설을 녹이는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그리곤 안개가 지상을 덮었습니다

삶을 지탱하는 이 순간에도 궂은 날씨만큼이나
피안의 날개에 못 견딜 그리움 하나 쓸쓸하고
아파트 광장에 가끔 까치들이 낮게 날아다닙니다

헤이즐럿 커피를 내리고  커피 향에 젖어
눈물의 변주곡 같은 음악을 듣는 오후
지상엔 하루종일 잿빛 안개비가 내립니다

201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