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존재로 떠 도는 가을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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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1 16:4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출구 없는 존재로 떠 도는 가을 / (宵火)고은영
지식은 지성을 키우는 일에만 열중하고
지혜를 가르쳐 준 일이 없었다
니체의 죽은 신은
존재에서 비 존재로 전락했고
나약한 때일수록 나는 사랑에 매달려도
사랑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온종일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는 저물어가는 오솔길이 비치고
거기 길 잃은 작은 새 한 마리
노을을 선회하고 있다
밤에는 달빛에 긴 그림자를 던지며
자음과 모음이 엉킨 글자들이 노상으로 걸어 나왔다
글자들은 어둠의 방죽 위를 천천히 맴돌며
킬킬거리다 히히거리기도 했다
죄라는 이름의 글자가 중얼거렸다
에고를 버리지 못한 삶만큼 무가치한 일도 없다고
게으름은 시간을 유기했고
음욕은 존재를 파계해 버렸다고
그것들은 구겨진 신문지같이 추하고 더러웠다고
모든 게 지쳐버리고 난 뒤 무엇이 남을까
수숫대처럼 깡마른 그저 한철의 노래었다
거친 삶을 살다 헤진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20091016
지식은 지성을 키우는 일에만 열중하고
지혜를 가르쳐 준 일이 없었다
니체의 죽은 신은
존재에서 비 존재로 전락했고
나약한 때일수록 나는 사랑에 매달려도
사랑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온종일 거울을 본다
거울 속에는 저물어가는 오솔길이 비치고
거기 길 잃은 작은 새 한 마리
노을을 선회하고 있다
밤에는 달빛에 긴 그림자를 던지며
자음과 모음이 엉킨 글자들이 노상으로 걸어 나왔다
글자들은 어둠의 방죽 위를 천천히 맴돌며
킬킬거리다 히히거리기도 했다
죄라는 이름의 글자가 중얼거렸다
에고를 버리지 못한 삶만큼 무가치한 일도 없다고
게으름은 시간을 유기했고
음욕은 존재를 파계해 버렸다고
그것들은 구겨진 신문지같이 추하고 더러웠다고
모든 게 지쳐버리고 난 뒤 무엇이 남을까
수숫대처럼 깡마른 그저 한철의 노래었다
거친 삶을 살다 헤진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2009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