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어머니 집 겨울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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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20:46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
작은어머니 집 겨울 / (宵火)고은영
제주도 성산읍 수산리 작은어머니 집은
온통 귤 나무와 대나무만 가득하다네
들까마귀 까악 까악 잎 진 느티나무 가지마다
징그러운 날갯짓 음산한 기운이 펄럭거리면
배고픈 햇살이 동구 밖 언저리
돌배나무를 가볍게 올라 타앉고
초가지붕 너머 뒤꼍 바람의 염불에
댓 닢 몸 부시는 소리 부스스 부스스
무성한 외로움을 씻어내는 오후
온 동리 적막과 마주한 귤들이
포동포동 해 말간 눈으로 물오른 초겨울
텅텅 빈 마을을 뒹굴던 바람이
진눈깨비와 몇 번 정분이 나면
신맛 가신 사랑이 영글어 단맛의 새콤한
얼굴로 도드라지는 탐스런 황금빛 귤, 귤
황홀한 고독이 작은어머니집 마당에도 충만하다네
낮이나 밤이나 작은 어머니 집 동네는 웬종일 바람뿐
바람이 밤새 들판을 구르다 지친 억새밭
사뿐히 내려앉는 아, 아, 아 코끝을 흔들며
말없이 저 먼 오름까지 내닫는 감귤 향
동구 밖 서성이던 똥개 한 마리 귤 향기에
그만 미쳐가더니 컹컹컹 하루을 소리지르고
인적없는 마을이 동화처럼 익어가는 고적한 희열 음
20081117
제주도 성산읍 수산리 작은어머니 집은
온통 귤 나무와 대나무만 가득하다네
들까마귀 까악 까악 잎 진 느티나무 가지마다
징그러운 날갯짓 음산한 기운이 펄럭거리면
배고픈 햇살이 동구 밖 언저리
돌배나무를 가볍게 올라 타앉고
초가지붕 너머 뒤꼍 바람의 염불에
댓 닢 몸 부시는 소리 부스스 부스스
무성한 외로움을 씻어내는 오후
온 동리 적막과 마주한 귤들이
포동포동 해 말간 눈으로 물오른 초겨울
텅텅 빈 마을을 뒹굴던 바람이
진눈깨비와 몇 번 정분이 나면
신맛 가신 사랑이 영글어 단맛의 새콤한
얼굴로 도드라지는 탐스런 황금빛 귤, 귤
황홀한 고독이 작은어머니집 마당에도 충만하다네
낮이나 밤이나 작은 어머니 집 동네는 웬종일 바람뿐
바람이 밤새 들판을 구르다 지친 억새밭
사뿐히 내려앉는 아, 아, 아 코끝을 흔들며
말없이 저 먼 오름까지 내닫는 감귤 향
동구 밖 서성이던 똥개 한 마리 귤 향기에
그만 미쳐가더니 컹컹컹 하루을 소리지르고
인적없는 마을이 동화처럼 익어가는 고적한 희열 음
2008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