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남자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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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20:53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2005
출판사 : .
바다의 남자 / (宵火)고은영
이상하게도 그의 파리한 입술엔
바다가 숨을 쉬고 있었다
무작위로 쏟아 붓는 소주잔에는
알코올이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바다가 출렁거렸다
그가 입을 열고 실룩거리며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먹빛의 절망으로 가득한
물때마다 흐르던 한숨 같은 파도 소리
정복자의 꿈을 꾸는
그는 늘 술에 젖어 바다를 헤맸다
바다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삶가운데
최고의 아름다운 잠언 같은 것이었고
살아감의 마지막 노선이었고
가장 성실하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방어를 위한 방어 그리고 삶의 얼굴과 다양성
그 속에서 그는 52해를 굽이치다가
그만 바다가 그리워 바다로 떠나버렸다
바람불고 진눈깨비 몰아치던 동짓달
보고픈 이름들을 부르다가
홀연히 안개처럼 바다로 떠나가고 말았다
20090214
이상하게도 그의 파리한 입술엔
바다가 숨을 쉬고 있었다
무작위로 쏟아 붓는 소주잔에는
알코올이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바다가 출렁거렸다
그가 입을 열고 실룩거리며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파도 소리가 들렸다
먹빛의 절망으로 가득한
물때마다 흐르던 한숨 같은 파도 소리
정복자의 꿈을 꾸는
그는 늘 술에 젖어 바다를 헤맸다
바다는 그가 누릴 수 있는 삶가운데
최고의 아름다운 잠언 같은 것이었고
살아감의 마지막 노선이었고
가장 성실하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방어를 위한 방어 그리고 삶의 얼굴과 다양성
그 속에서 그는 52해를 굽이치다가
그만 바다가 그리워 바다로 떠나버렸다
바람불고 진눈깨비 몰아치던 동짓달
보고픈 이름들을 부르다가
홀연히 안개처럼 바다로 떠나가고 말았다
2009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