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창 그리고 내림굿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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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21:26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유년의 창 그리고 내림굿 / (宵火)고은영
억장이 무너지는 삶이 벼랑 같다고 하시던 어머니 곁에서 나는 오로지 쪽빛 파도로 출렁거렸다
생선 냄새가 역겹게 익어가던 여름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헛발을 디뎌 미끄러지면 어쩌나 온몸을
기우려 우물물을 퍼올릴 때 등 뒤로 흐르던 식은땀도 순간 허벅을 지고 해지는 서쪽으로 등을 돌려
걷던 신작로에는 희멀건 낮 달이 미역 냄새로 몸을 닦고 심장에 온통 흰 분이 버거워 하늘이 비치도
록 투명한 속내를 게워내며 아른아른 지쳐 보였다 세상에 예속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혹은 벅찬
일인가 낮달이 어둠을 기다리는 동안 갯내음 비릿한 공기를 온몸에 입고 나는 청정 파래 빛 비바리가
되어 허벅 속에 물과 함께 출렁거렸다
꽃밭에 문주란 하얀 미소 한 무더기 너울너울 환하게 번져가는 문장 넘어 헛간 바가지에 찬물을 담아
끼얹는 젖 무덤이 봉곳봉곳 일어서던 열세 살 어머니 긴 한숨을 들으며 나는 우주를 꿈꿨다 싱싱한 날것
의 비린내나 풍기는 해초가 되어 수심 깊은 물속으로 더 깊이 더욱더 깊이 줄기를 곳곳 하게 뻗고 바다를
욕심하고 바다를 원망하던 철없는 돌자귀었다
욕창이 세월에 덕지덕지 밴 기슭에서 가끔 저 높은 하늘로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물리디 물린 가난을
늘 허벅지로 벅벅 긁어 대면서 배설을 아끼던 요상한 폼새로 골목을 뛰놀며 나는 눈다래끼가 수북한 아
이들을 경멸했다 훠어이 훠어이 뱁새가 황새가 되어 필사적으로 날아 오른 하늘은 쪽빛으로 넘쳤다
가랭이가 찢어졌다 꿈은 언제나 무의식의 범주에 속하며 의식은 무의식을 읽거나 듣지 못했다
20100212
허벅: 제주에서 물을 담고 등에 져 나르던 항아리
억장이 무너지는 삶이 벼랑 같다고 하시던 어머니 곁에서 나는 오로지 쪽빛 파도로 출렁거렸다
생선 냄새가 역겹게 익어가던 여름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헛발을 디뎌 미끄러지면 어쩌나 온몸을
기우려 우물물을 퍼올릴 때 등 뒤로 흐르던 식은땀도 순간 허벅을 지고 해지는 서쪽으로 등을 돌려
걷던 신작로에는 희멀건 낮 달이 미역 냄새로 몸을 닦고 심장에 온통 흰 분이 버거워 하늘이 비치도
록 투명한 속내를 게워내며 아른아른 지쳐 보였다 세상에 예속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혹은 벅찬
일인가 낮달이 어둠을 기다리는 동안 갯내음 비릿한 공기를 온몸에 입고 나는 청정 파래 빛 비바리가
되어 허벅 속에 물과 함께 출렁거렸다
꽃밭에 문주란 하얀 미소 한 무더기 너울너울 환하게 번져가는 문장 넘어 헛간 바가지에 찬물을 담아
끼얹는 젖 무덤이 봉곳봉곳 일어서던 열세 살 어머니 긴 한숨을 들으며 나는 우주를 꿈꿨다 싱싱한 날것
의 비린내나 풍기는 해초가 되어 수심 깊은 물속으로 더 깊이 더욱더 깊이 줄기를 곳곳 하게 뻗고 바다를
욕심하고 바다를 원망하던 철없는 돌자귀었다
욕창이 세월에 덕지덕지 밴 기슭에서 가끔 저 높은 하늘로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물리디 물린 가난을
늘 허벅지로 벅벅 긁어 대면서 배설을 아끼던 요상한 폼새로 골목을 뛰놀며 나는 눈다래끼가 수북한 아
이들을 경멸했다 훠어이 훠어이 뱁새가 황새가 되어 필사적으로 날아 오른 하늘은 쪽빛으로 넘쳤다
가랭이가 찢어졌다 꿈은 언제나 무의식의 범주에 속하며 의식은 무의식을 읽거나 듣지 못했다
20100212
허벅: 제주에서 물을 담고 등에 져 나르던 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