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창 그리고 내림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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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창 그리고 내림굿

고은영 0 367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유년의 창 그리고 내림굿 / (宵火)고은영


  억장이 무너지는 삶이 벼랑 같다고 하시던 어머니 곁에서 나는 오로지 쪽빛 파도로 출렁거렸다
생선 냄새가 역겹게 익어가던 여름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헛발을 디뎌 미끄러지면 어쩌나 온몸을
기우려 우물물을 퍼올릴 때 등 뒤로 흐르던 식은땀도 순간 허벅을 지고 해지는 서쪽으로 등을 돌려
걷던 신작로에는 희멀건 낮 달이 미역 냄새로 몸을 닦고 심장에 온통 흰 분이 버거워 하늘이 비치도
록 투명한 속내를 게워내며 아른아른 지쳐 보였다 세상에 예속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혹은 벅찬
일인가 낮달이 어둠을 기다리는 동안 갯내음 비릿한 공기를 온몸에 입고 나는 청정 파래 빛 비바리가
되어 허벅 속에 물과 함께 출렁거렸다

  꽃밭에 문주란 하얀 미소 한 무더기 너울너울 환하게 번져가는 문장 넘어 헛간 바가지에 찬물을 담아
끼얹는 젖 무덤이 봉곳봉곳 일어서던 열세 살 어머니 긴 한숨을 들으며 나는 우주를 꿈꿨다 싱싱한 날것
의 비린내나 풍기는 해초가 되어 수심 깊은 물속으로 더 깊이 더욱더 깊이 줄기를 곳곳 하게 뻗고 바다를
욕심하고 바다를 원망하던 철없는 돌자귀었다

  욕창이 세월에 덕지덕지 밴 기슭에서 가끔 저 높은 하늘로 독수리가 날아다녔다 물리디 물린 가난을
늘 허벅지로 벅벅 긁어 대면서 배설을 아끼던 요상한 폼새로 골목을 뛰놀며 나는 눈다래끼가 수북한 아
이들을 경멸했다 훠어이 훠어이 뱁새가 황새가 되어 필사적으로 날아 오른 하늘은 쪽빛으로 넘쳤다
가랭이가 찢어졌다 꿈은 언제나 무의식의 범주에 속하며 의식은 무의식을 읽거나 듣지 못했다

20100212

허벅: 제주에서 물을 담고 등에 져 나르던 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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