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겨울 정경(情景)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쓸쓸한 겨울 정경(情景)

고은영 0 439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쓸쓸한 겨울 정경(情景) / (宵火)고은영


오래된 꿈들의 무덤 위를 나는 날마다 걸어다닌다
그것들은 단명하거나 풀이 죽어
내 방에도 거실에도 주방에도 삐죽삐죽  불거져 있다
질겅질겅 밟아도 내성이 생긴 절망들은
이제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 드문드문 달려있는
모과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레몬옐로우 말간 얼굴로 마지막 모과 하나 위태롭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이는 어느 날
또는 바람 무성한 날
모과는 낙과(落果) 할 것이다

풀빵구리처럼 하루종일 커피를 내리고
다 마시면 다시 내린다
삶에 의문이 들 때마다
욕망이나 탐욕이 살아있다는 걸 절감하는 날은
요청하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듣고
그날이 그날 같은 시간 속에도
볼품없이 굽이치고 흘러 오늘에 이르렀지만
그러나 지금 나는 삶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딱 오늘 같은 날 창가에 서서
겨울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땅거미 지는 겨울 거리가 을씨년스럽고
서리꽃 핀 저 모과처럼 냉기로 가득 한 하루가 
또 다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남루하고 가난했던 유년의 낡은 풍경처럼
쓸쓸해지는 전율로 겨울의 정원에
우산처럼 펼쳐든 그리움이
온 전신에 꽃처럼 환하게 피는 것이다

20091204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