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겨울 정경(情景)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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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0 21:37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쓸쓸한 겨울 정경(情景) / (宵火)고은영
오래된 꿈들의 무덤 위를 나는 날마다 걸어다닌다
그것들은 단명하거나 풀이 죽어
내 방에도 거실에도 주방에도 삐죽삐죽 불거져 있다
질겅질겅 밟아도 내성이 생긴 절망들은
이제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 드문드문 달려있는
모과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레몬옐로우 말간 얼굴로 마지막 모과 하나 위태롭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이는 어느 날
또는 바람 무성한 날
모과는 낙과(落果) 할 것이다
풀빵구리처럼 하루종일 커피를 내리고
다 마시면 다시 내린다
삶에 의문이 들 때마다
욕망이나 탐욕이 살아있다는 걸 절감하는 날은
요청하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듣고
그날이 그날 같은 시간 속에도
볼품없이 굽이치고 흘러 오늘에 이르렀지만
그러나 지금 나는 삶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딱 오늘 같은 날 창가에 서서
겨울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땅거미 지는 겨울 거리가 을씨년스럽고
서리꽃 핀 저 모과처럼 냉기로 가득 한 하루가
또 다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남루하고 가난했던 유년의 낡은 풍경처럼
쓸쓸해지는 전율로 겨울의 정원에
우산처럼 펼쳐든 그리움이
온 전신에 꽃처럼 환하게 피는 것이다
20091204
오래된 꿈들의 무덤 위를 나는 날마다 걸어다닌다
그것들은 단명하거나 풀이 죽어
내 방에도 거실에도 주방에도 삐죽삐죽 불거져 있다
질겅질겅 밟아도 내성이 생긴 절망들은
이제 아프다고 소리지르지 않는다
아파트 단지에 드문드문 달려있는
모과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레몬옐로우 말간 얼굴로 마지막 모과 하나 위태롭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이는 어느 날
또는 바람 무성한 날
모과는 낙과(落果) 할 것이다
풀빵구리처럼 하루종일 커피를 내리고
다 마시면 다시 내린다
삶에 의문이 들 때마다
욕망이나 탐욕이 살아있다는 걸 절감하는 날은
요청하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듣고
그날이 그날 같은 시간 속에도
볼품없이 굽이치고 흘러 오늘에 이르렀지만
그러나 지금 나는 삶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딱 오늘 같은 날 창가에 서서
겨울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땅거미 지는 겨울 거리가 을씨년스럽고
서리꽃 핀 저 모과처럼 냉기로 가득 한 하루가
또 다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남루하고 가난했던 유년의 낡은 풍경처럼
쓸쓸해지는 전율로 겨울의 정원에
우산처럼 펼쳐든 그리움이
온 전신에 꽃처럼 환하게 피는 것이다
2009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