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시력으로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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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1 10:25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밝은 시력으로/이향아
그렇게 멀 수 있을까
시력 '8.0', 초원의 몽골 사람들은
궁금한 훗날 너머 저승까지도 볼 수 있을까
아침 설거지를 할 때 바로 앞 동을 바라보는 것만큼
앞 동의 7층 남자가 아령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그 집 아내가 빨래 너는 걸 보는 것처럼
정말 그럴까, 눈이 밝은 사람들은
마른 모래바람에 볼이 튼 계집애들이
천막집 천장에서 쏟아지는 별을 줍듯
백리 밖 지평선을 끌어당기며
무릎 펴서 달려오는 짐승의 무리
말과 염소와 양과 소를 똑똑히 갈라서 셀 수 있을까
백내장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올 때
'아주 자알 되었어요' 장담하던 의사는
공식에 맞는 정답을 썼을 테지만
정작 나는 가로세로가 구겨진
불편한 세상을 본다
8.0을 향하여 몽골로 갈까
몽골로 가서
주름 잡힌 각막에 인두질을 할까
지평선, 지평선 파도를 타고
들판에 희희낙락 낙엽처럼 뒹굴까
정말 그럴까, 몽골로 가서
밝은 세상 다시 찾아 데려 오진 못해도
먼 옛날 어떤 나라 이야기라도
진득하니 눌러앉아 기다려 볼까
그렇게 멀 수 있을까
시력 '8.0', 초원의 몽골 사람들은
궁금한 훗날 너머 저승까지도 볼 수 있을까
아침 설거지를 할 때 바로 앞 동을 바라보는 것만큼
앞 동의 7층 남자가 아령을 올렸다 내렸다 하고
그 집 아내가 빨래 너는 걸 보는 것처럼
정말 그럴까, 눈이 밝은 사람들은
마른 모래바람에 볼이 튼 계집애들이
천막집 천장에서 쏟아지는 별을 줍듯
백리 밖 지평선을 끌어당기며
무릎 펴서 달려오는 짐승의 무리
말과 염소와 양과 소를 똑똑히 갈라서 셀 수 있을까
백내장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올 때
'아주 자알 되었어요' 장담하던 의사는
공식에 맞는 정답을 썼을 테지만
정작 나는 가로세로가 구겨진
불편한 세상을 본다
8.0을 향하여 몽골로 갈까
몽골로 가서
주름 잡힌 각막에 인두질을 할까
지평선, 지평선 파도를 타고
들판에 희희낙락 낙엽처럼 뒹굴까
정말 그럴까, 몽골로 가서
밝은 세상 다시 찾아 데려 오진 못해도
먼 옛날 어떤 나라 이야기라도
진득하니 눌러앉아 기다려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