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을 누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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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을 누르다

이향아 0 323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도장을 누르다/이향아



도장을 누르라고 문서를 들이대면
가슴이 알고 먼저 눌린다
옛날 사글세 자취방을 계약할 때부터   
모처럼 내 집을 장만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몰래 선산을 팔아먹는 것처럼 
혈서라도 쓰는 것처럼
핏방울 맺힌 손가락 
가끔은 헛것이 둔갑하는 요지경에 속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고 도장을 누른다 
 
오래 쓰셨네요
그 사람이 내 도장을 보고 감탄하였다
예, 50년은 넘었을 겁니다 
나는 마치 역사의 길이로 한 가락 덤빌 것처럼 말했지만
오래된 것의 향기를 그도 알고 있을까 
오래된 것들의 눅눅한 그늘
그늘 속에 숨은 동록과 이끼
허물없는 관계를 아는지 몰라
오래된 것이 아직 소용은 있는지 몰라

그 사람의 도장은 크고도 묵직했다
까닭 없이 주눅 들어 울렁대는 가슴
앞뒤로 흔들면서 인감도장을 눌렀다
많이 닳아 벌겋게 힘을 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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