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을 희망하며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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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을 희망하며 산다는 것은

고은영 0 459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그러나 사람을 희망하며 산다는 것은 / (宵火)고은영


진실이 죽은 곳 
가슴 없는 좀비들이 세들어 사는 곳
영혼을 거세당한 거리에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보고 있나
그리고 너는 무엇을 알고 있니?

발정 난 오월의 나신 앞에 서있어도
한껏 발기된 계절의 짙은 애액에도
결코, 아름다운 흥분과 사랑에 젖지 못하는 내 영혼
그것은 다만 서글픈 상처를 일으킨다

내가 말이지 할 줄 아는 것이 무엇이 있니
아무것도 없다
소주를 나발불 줄 아니 그것에 취해서
가끔은 내 모든 이성을 마취시킬 줄을 아니
병신처럼 사는 인생이라
용서도 키우지 못하는 어리석음

역시 영혼의 맥을 짚는 일은
언제나 냉소적인 슬픔으로 다가오는 일
거기에 진국 같은 혼이 배어 있을수록
서로  아파야 할 일들은 없으면 좋으련만
자랑처럼 커지는 다중의 인격들
기회와 인기에 편승하는 사람들의 슬픈 몸부림

적당히 자기중심적이고 적당히 자기 취향 적이고
사랑다운 사랑이 불감증으로 도지고
사람다운 사람이 상실된 시대
그래서 사랑은 시도 때도 없이 절망하고

나는 여전히 보고 있고 알고 있다
그들의 얄팍한 가슴과 뻔뻔한 행보를
현실에 안주하는 와인빛 화려한 사랑을
그러나 사람을 희망하며 산다는 것에
사랑을 희망하며 산다는 일에
모든 인생을 걸고 싶은 슬픈 내 소망

2007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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