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 요일의 대화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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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3 20:4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어떤 비 요일의 대화 / (宵火)고은영
호호,
지금은 비가 와요
내친걸음에 충만한 물기에 젖어
흐르는 가슴에 초록으로 부비는
빗소리를 들어 보아요
한낮의 더위에 짓물러
헐떡이던 줄기마다
찌르르 내지르는 쾌 성의 녹 한 소리
반전된 시간에서 그래도
마른 폐부를 적시며 흐르는 물소리
들리나요?
그녀의 수다만큼 빗줄기는
장마로 이어지는 다리를 서성거리다
어떤 우울 속에서
쨍한 한 송이 상큼한 장미 꽃잎처럼
그 남자의 가슴 안에 고인
지리한 시간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러기에 인생은
무장 슬픈 것만은 아니라구요
가문 날이 있으면
이렇게 단비가 내리는 날도 있잖아요?
희미하게 지워질 듯 멀리 선 산들
그 너머로 일렁이는 바다가 보이고
수화기 넘어 그녀의 투명한 목소리가
빗물에 여울져 유리창에 희뿌옇게
희석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핀 마른버짐을 닦아내 듯
20070623
호호,
지금은 비가 와요
내친걸음에 충만한 물기에 젖어
흐르는 가슴에 초록으로 부비는
빗소리를 들어 보아요
한낮의 더위에 짓물러
헐떡이던 줄기마다
찌르르 내지르는 쾌 성의 녹 한 소리
반전된 시간에서 그래도
마른 폐부를 적시며 흐르는 물소리
들리나요?
그녀의 수다만큼 빗줄기는
장마로 이어지는 다리를 서성거리다
어떤 우울 속에서
쨍한 한 송이 상큼한 장미 꽃잎처럼
그 남자의 가슴 안에 고인
지리한 시간을 걷어내고 있었다
그러기에 인생은
무장 슬픈 것만은 아니라구요
가문 날이 있으면
이렇게 단비가 내리는 날도 있잖아요?
희미하게 지워질 듯 멀리 선 산들
그 너머로 일렁이는 바다가 보이고
수화기 넘어 그녀의 투명한 목소리가
빗물에 여울져 유리창에 희뿌옇게
희석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핀 마른버짐을 닦아내 듯
2007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