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장맛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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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장맛비 속에서

고은영 0 457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새벽,  장맛비 속에서 /  (宵火)고은영 


질펀한 흥분과 감흥에
두서없이 무질서하게 흩어진 불빛들 사이로
강도 높은 교성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들
빗물을 가르는 아스팔트 위에
번잡한 혼돈의 광채들만 유독 찬란하다
 
새벽을 돌아 흐르는 노면마다
어둠이 짙을수록 도심의 불빛들이
번들거리며 붉게 붉게 나 뒹굴고
그것들은, 널브러진 채 깔깔거리고 있었다
마치 내 더러운 기분을 비웃기나 하듯

오랜 숙원처럼 장마가 시작되었다
지루한 가뭄에 목젖이 타들어가는
갈증을 시원스레 타고 흐르는 저 비
침몰한 구획을 밟으며 어둠에도 가릴 것 없이
밤의 정체된 얼굴을 적시고 있다

젠장, 내키지 않은 외출에
부당한 청구서를 받은 사람처럼
찝찝한 불쾌지수가 온몸에 껌처럼 달라 붙고
사람을 만나 상대의 인성에 실망한
나의 인색함이 벌레처럼 스멀거린다

공유할 수 없었던 관계의 불편함
길눈이 어두워 헤매던 낯섦의 사각지대에서
이제는 돌아와 제 자리에 선 안도의 한숨
천지에 홀로 놓인 세상을 질퍽이다
제 궤도를 찾은 이성은 작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만남이나 헤어짐에 각기 다른 이유를 덧붙이자면
사람이니 그러려니 하자 자신에게 타이르는 중이다
지극히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과
객관성을 상실하지 않은 지혜와 포용으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자고

2007.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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