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설화(雪花)를 그리는 한 마리 노루이고 싶다
고은영
0
404
2019.11.29 19:1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12월엔 설화(雪花)를 그리는 한 마리 노루이고 싶다 / (宵火)고은영
미시령 깊은 계곡
어느 이름 모를 골짜기로 들어가
존재의 고독을 잊고
아름아름 사랑을 배우고 작은 오솔길
지천에 눈과 더불어 뒹굴어도 좋을
한 마리 작은 노루가 되고 싶다
겨울 한철을 가슴에 담고
본능의 배고픔을 채우면
추위와 뜨거운 정사를 벌이고
긴 긴 겨울 무지한 눈동자로 살아도
"사랑아" 부르면 달려가는
사알짝 흥겨운 한 마리의 노루가 되고 싶다
외로움을 행복이라 믿으며
삶을 셈하지 않아도 좋을 하이얀 눈밭을
내 작은 발자국으로 그리움을 찍어내고
웬 종일 쏘다니다 지치면
따뜻한 눈으로 멀거니 겨울을 바라보는
한 마리 노루이고 싶다
새들도 눈이 내리면
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으로 묻혀
지상에 잊혀 진 가난으로 흘러가야 할
숲 속의 온갖 전설을 읽고
주절주절 옛날 얘기를 하고
초라한 부리로 제 새끼를 보듬고
고독한 몸짓으로 설화(雪花)를 노래하면
나는 아무래도 한 마리의 노루면 족하겠다
20081203
미시령 깊은 계곡
어느 이름 모를 골짜기로 들어가
존재의 고독을 잊고
아름아름 사랑을 배우고 작은 오솔길
지천에 눈과 더불어 뒹굴어도 좋을
한 마리 작은 노루가 되고 싶다
겨울 한철을 가슴에 담고
본능의 배고픔을 채우면
추위와 뜨거운 정사를 벌이고
긴 긴 겨울 무지한 눈동자로 살아도
"사랑아" 부르면 달려가는
사알짝 흥겨운 한 마리의 노루가 되고 싶다
외로움을 행복이라 믿으며
삶을 셈하지 않아도 좋을 하이얀 눈밭을
내 작은 발자국으로 그리움을 찍어내고
웬 종일 쏘다니다 지치면
따뜻한 눈으로 멀거니 겨울을 바라보는
한 마리 노루이고 싶다
새들도 눈이 내리면
가지마다 소복이 쌓인 눈으로 묻혀
지상에 잊혀 진 가난으로 흘러가야 할
숲 속의 온갖 전설을 읽고
주절주절 옛날 얘기를 하고
초라한 부리로 제 새끼를 보듬고
고독한 몸짓으로 설화(雪花)를 노래하면
나는 아무래도 한 마리의 노루면 족하겠다
20081203